2억 달러는 메이저리그에서 악마의 숫자와 같다. 뉴욕 양키스가 올 시즌 사상 처음으로 팀 연봉 2억 달러를 돌파하자 비난과 조롱이 빗발쳤다. 앞서 지난 2001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선수 사상 처음으로 몸값 2억 달러(10년 2억 5200만 달러)를 돌파한 뒤로 지금까지 양키스타디움을 제외한 대부분 구장에서 야유를 받고 있다.
래리 루치노 보스턴 레드삭스 사장은 몇 년 전 돈으로 선수를 싹쓸이하는 양키스를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 일컬은 적이 있다. 이제 비난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뉴욕 메츠다.
지난해에 이어 올 겨울도 오프시즌 최고의 큰 손 노릇을 하고 있는 메츠는 지난주 카를로스 델가도를 트레이드해 온 데 이어 29일(한국시간) FA 최대어 빌리 와그너와 4년간 4300만 달러에 입단 합의를 했다. 투타에서 알짜배기 선수를 손에 넣은 메츠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매니 라미레스(보스턴)마저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적극적이기로 소문난 오마르 미나야 단장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다.
미나야는 지난해 10월 메츠 단장에 취임한 뒤 불과 1년새 2억 5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4명의 선수에게 쏟아부었다. 미나야는 지난해 겨울 FA 투타 최대어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카를로스 벨트란을 무려 1억 72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벨트란에겐 7년간 1억 1900만 달러를 퍼부었고 다른 팀들이 장기계약을 꺼리는 페드로 마르티네스에게도 4년간 5300만 달러를 안겼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미나야의 씀씀이는 줄지 않았다. 델가도를 플로리다에서 데려오면서 3년간 남은 연봉 중 4150만 달러를 떠안았고 와그너에겐 최소 4년간 4300만 달러, 최대 5년간 5000만 달러를 약속했다. 메츠가 벨트란과 마르티네스, 델가도와 와그너 4명에게 투자한 돈만 자그마치 2억 5600만 달러다.
미나야 단장이 관리하는 메츠의 금고는 그러고도 닫힐 줄 모르고 있다. FA 포수 벤지 몰리나와 라몬 에르난데스 중 한 명을 잡을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1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매니 라미레스(보스턴)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올 겨울 지출액도 가볍게 1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과 맺은 8년 계약 중 3년간 5700만 달러가 남은 라미레스마저 데려올 경우 내년 시즌 메츠의 팀 연봉은 1억 5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메츠는 올 시즌 팀 연봉 1억 100만 달러로 양키스(2억 800만 달러) 보스턴(1억 2300만 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메츠는 트레이드와 FA 시장에서 물쓰듯 돈을 퍼붓고 있는 건 내년 자체적인 중계 방송 채널 개국을 앞두고 양키스에 쏠려있는 뉴욕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양키스가 자체 방송국 YES를 통해 연간 1억 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을 볼 때 메츠 역시 갈수록 씀씀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년간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던 메이저리그는 올 겨울 셋업맨들이 가볍게 1000만 달러를 넘기고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투수에게 4년 계약을 선사하는 등 다분히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앞장을 서고 있는 메츠가 앞으로 얼마나 더 돈 보따리를 풀지 궁금하다.
이종민 기자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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