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리베라(36.뉴욕 양키스)가 마운드에 등장할 때마다 양키스타디움엔 록그룹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이 울려퍼진다. 샌드맨이 '잠의 귀신'이니까 상대 팀 타자들을 조용히 잠재워 버리겠다는 의미쯤 될까.
역시 '엔터 샌드맨'을 주제곡으로 튼다는 것 말고도 빌리 와그너(34)는 최근 리베라와 공통점이 많이 늘었다. 와그너는 지난 29일 뉴욕 메츠와 최소 4년간 4300만 달러(평균 연봉 1075만 달러)에 계약, 리베라(1050만 달러)가 유일하던 몸값 1000만 달러 소방수 대열에 합류했다. 거대 시장 뉴욕에 입성함에 따라 내년 시즌 리베라와 최고 마무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역 최고의 소방수 리베라와 견주는 것 자체가 '불경'에 가깝지만 와그너라면 괜찮을 것 같다. 리베라가 통산 세이브 역대 5위(379개)로 와그너(284개.21위)에 한참 앞서 있지만 최근 5년간 성적을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2001~2005년 5시즌 동안 리베라는 214세이브 25블론세이브로 89.5%의 구원 성공률을 기록했다. 177세이브 18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와그너가 90.8%로 성공률에선 간발의 차지만 오히려 앞선다.
피안타와 탈삼진, 볼넷 허용 등 세부 항목들도 막상막하다. 최근 5년간 리베라가 354⅓이닝, 와그너가 349⅔이닝으로 거의 비슷한 횟수를 소화한 가운데 리베라가 272안타를 허용, 223피안타의 와그너보다 더 많이 맞았다. 따라서 와그너의 피안타율 1할8푼1리가 리베라의 2할1푼보다 낮다. 하지만 홈런은 리베라가 16개만 내줘 31개를 맞은 와그너보다 훨씬 적어 마무리의 최고 덕목인 위기 관리 능력이 한 수 위임을 보여주고 있다.
볼넷 역시 71개(리베라) 대 91개(와그너)로 리베라의 우위. 반면 탈삼진은 418개(9이닝당 10.8개)의 와그너가 333개(9이닝당 8.5)개의 리베라를 여유있게 앞선다. 방어율은 리베라가 1.96으로 와그너(2.14)를 앞서고 있다(자료 ).
트레버 호프먼을 제외하면 현역 마무리 투수 중 최고의 좌우완인 빌리 와그너와 마리아노 리베라는 내년 시즌 각각 개인 통산 300세이브와 400세이브 고지를 밟게 된다. 기념비적인 기록들이지만 둘다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접어들게 돼 세월의 무게와 만만치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한다.
양키스와 메츠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지난 2000년 '서브웨이시리즈'는 1차전에서 양팀 마무리 투수에 의해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메츠가 3-2 한 점 차로 앞서던 9회말 등판한 메츠 마무리 아르만도 베니테스는 루이스 폴로냐와 호세 비스카이노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뒤 척 노블락에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했다.
리베라가 9회에 이어 10회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연장전으로 접어든 경기는 12회말 호르헤 포사다의 2루타에 이어 비스카이노의 끝내기 안타로 양키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기세를 몰아 양키스가 4승 1패로 5년새 4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양키스와 메츠가 또다시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다면 리베라와 와그너 중 누가 더 빛을 발할까. 두 1000만 달러 소방수의 주제곡 '엔터 샌드맨'이 월드시리즈 내내 양키스타디움과 셰이스타디움에서 번갈아 울려퍼지는 것도 즐거운 상상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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