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130여 년 사상 한 번도 없었던 '아버지-아들 배터리'가 탄생할까.
올해로 휴스턴과 1년 계약이 끝난 로저 클레멘스(43)의 재계약에 대해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팀 퍼퓨라 휴스턴 단장은 3일(한국시간) ESPN과 인터뷰에서 "클레멘스가 내년에도 뛸 것으로 조심스레 낙관한다"고 밝혔다.
퍼퓨라 단장은 "내년 시즌에도 뛰는 쪽으로 이끄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다. 올 시즌 활약도 대단했고 아들이 우리 구단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며 "휴스턴 팬들에게 존경받고 있는 것은 물론 구단주 프런트와 관계도 좋다. 남은 건 클레멘스가 한 해 더 육체적인 고통을 견뎌내길 원하느냐 뿐"이라고 말했다.
클레멘스의 현역 연장은 또다른 면에서 관심사다. 내년 봄 플로리다주 키시미에서 열릴 휴스턴 스프링캠프에서 아버지가 마운드에서 던지고 아들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받는 메이저리그 사상 초유의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클레멘스(43)의 장남 코비 클레멘스(18)는 지난 6월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전체 254순위)에 아버지의 팀 휴스턴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 투수와 3루수로 뛰었던 코비는 입단 후 두 달 남짓 동안 루키리그와 쇼트시즌 싱글A에서 3루수와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지만 궁극적으론 포수로 전환시킨다는 게 휴스턴 구단의 계획이다. 내년 스프링캠프가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캠프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배터리를 이루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볼거리다. 나아가 만약 코비가 아버지가 은퇴하기 전에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 공식경기에 출장한다면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부자 또는 형제가 메이저리그를 밟은 '메이저리그 가족'이 350쌍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 동료로 같은 경기에 나선 건 지금까지 단 두 차례뿐이었다.
지난 1990~1991년 켄 그리피 시니어와 켄 그리피 주니어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좌익수와 중견수로 함께 외야를 지킨 게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다. 2001년엔 팀 레인스 시니어가 시즌 도중 몬트리올에서 아들 팀 레인스 주니어가 뛰고 있는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되면서 10월 4일 토론토전에서 두 번째로 '부자 메이저리거 한 팀 출장'을 기록했다. 아들은 중견수,아버지는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레인스 부자는 앞선 그해 8월엔 트리플A 경기에선 서로 다른 팀 소속으로 경기에 맞붙어 '현대 야구 사상 첫 부자 맞대결'의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코비가 아버지가 은퇴하기 전에 메이저리그에 오른다면 사상 세 번째 부자 한 팀 출장 기록을 남기게 되지만 코비가 아직 나이가 어려 그럴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클레멘스가 내년 시즌 복귀를 결심한다면 로스터가 40명으로 늘어나는 9월 이후 아들 코비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려 아버지와 배터리를 이루게 하는 이벤트가 연출될 수도 있다. 성사만 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진귀한 장면이다.
클레멘스의 내년 시즌 재계약을 낙관하기는 아직은 힘든 상황이다. 휴스턴이 올시즌 1년 계약으론 투수 사상 최대인 1800만 달러를 받은 클레멘스를 잡으려면 내년 시즌 2000만 달러는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팀 연봉 7600만 달러였던 휴스턴은 내년 시즌 제프 배그웰과 크레이그 비지오, 앤디 페티트, 로이 오스월트, 랜스 버크먼 등 주전 5명 몸값만 6400만 달러에 달한다. 올 시즌 850만 달러를 받았던 페티트는 다년계약 구조상 내년 연봉이 1750만 달러로 치솟게 된다.
ESPN은 클레멘스를 제외한 11명의 내년 시즌 연봉만 8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클레멘스에게 2000만 달러를 주면 팀 연봉이 1억 달러를 훌쩍 넘게 된다. 뉴욕이나 보스턴 LA처럼 빅 마켓이 아닌 휴스턴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휴스턴이 클레멘스를 잡으려면 오는 8일까지 재계약을 하거나 연봉 조정신청을 해야 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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