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웠습니다. 80퍼센트가 올해는 힘들다면서요". 연습 도중 발목 인대가 늘어난 김세진은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오른손 엄지 손가락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신진식도 2세트 잠깐 코트를 밟았을 뿐이다. 기대 이하의 기량으로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교체가 결정된 외국인 선수 아쉐도 1시간 10분중 1시간 넘게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원년리그에서 '삼성은 안 되겠다'는 사람들이 30퍼센트 정도였다면 이번엔 80퍼센트 정도 될 것 같네요. 마음 비웠습니다". 3일 개막한 프로배구 2005~2006 V-리그 대한항공과 첫 경기에 앞서 신치용(50) 삼성화재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1등을 달리고 나머지 세 팀이 쫓아가지 않겠냐"고 조심스러워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 등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어 엄살 같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였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좌진식-우세진'을 벤치에 묶어두고도 대한항공을 가볍게 요리했다. 신진식-김세진을 대신한 이형두-장병철 좌우 쌍포가 각각 19득점과 17득점을 올리며 이번 시즌 가장 전력이 보강됐다는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했다. 특히 이형두는 2세트 초반 3연속 서브 포인트 등 혼자 내리 5득점을 뽑아내며 대한항공 선수들의 얼을 빼놨다. 여오현 석진욱이 이끄는 수비라인도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았다. 시범경기엔 한 게임도 나서지 않았던 세터 최태웅 역시 6개월 전 챔피언결정전을 연상케 하는 토스워크를 선보였다. 대한항공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신인 강동진과 2년차 센터 김형우, 상무에서 제대한 박석윤 최부식 등이 가세해 면모를 일신했지만 삼성화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한 신영수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빠져 "블로킹과 높이에서 싸움이 안 됐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시즌이 프로 원년이라 부담이 컸지만 이번 시즌은 마음이 가볍습니다. 아마추어 때 잘하고 프로화하니까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가슴 졸였죠. 올해는 욕심내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팀이 지난해보다 나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팀들이 많이 강해졌지만요".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전례가 없는 10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신치용 감독은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5월 끝난 2005 V-리그에서 천신만고 끝에 현대캐피탈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신 감독은 "프로 출범을 앞두고 체력 훈련이 부족했다. 선수들을 더 다그치겠다"고 별렀다. 이제는 "현대캐피탈이 (정규시즌) 1등을 할 것"이라면서도 "체력훈련은 만족할 만큼 충분히 했다. 초반 고비만 넘기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브라질과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두 차례나 다녀온 데 이어 고참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브라질 출신 피지컬 트레이너 호세 라이문도 레이테씨를 영입하는 등 차분히 준비해온 데서 생겨나는 자신감이다. "올 시즌 지난해보다 게임수가 늘고 기간도 길어져서 체력적으론 나이 많은 우리 선수들이 분명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정신력 면에선 장기 레이스에서 우리 선수들이 결코 다른 팀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일단 플레이오프만 올라가면 희망이 있다고 봐야죠. 단기전에선 전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개막전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따낸 삼성화재는 오는 10일 이경수의 LG화재, 11일 현대캐피탈과 잇달아 대결한다. 내년 1월초 3라운드에나 신진식 김세진이 정상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0연패를 향한 길에 첫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이종민 기자 mini@ 신치용 감독(오른쪽)이 개막전 승리 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대전=주지영 기자 jj0jj0@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