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현실이 됐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 출신 선동렬(42.삼성 감독)과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32.샌디에이고)가 손을 맞잡는다. 둘 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서다. 지난 6일 저녁 귀국한 박찬호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만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꼭 참가하고 싶다. 뽑아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인터뷰 도중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훌륭한 감독님도 계시고 코치분들로부터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야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WBC 출전을 희망하는 이유를 밝혔다. 박찬호가 내년 3월 WBC에 출전할 대표팀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단다면 그를 지도할 투수코치는 바로 선동렬 감독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 프로야구에서 정상을 호령했던 선 감독이 한국이 낳은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박찬호를 짧은 시간이나마 지도하는 모습은 그대로 한국 야구사에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투수코치와 선수로 만남이기에 '최동원이냐 선동렬이냐' 혹은 '선동렬이냐 박찬호냐'로 나뉘어 벌어져 온 한국 야구 최고 투수 논쟁을 푸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보다 박찬호는 내심 선동렬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을 기대하고 있다. 박찬호는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할 듯하다 주저앉으며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트레이드의 아픔을 맛봤다. 현역 시절엔 무등산 폭격기로 타자 머리 위에서 군림했던, 투수코치와 감독으론 삼성을 타격의 팀에서 투수의 팀으로 변신시킨 선 감독으로부터 한 수 지도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귀국 인터뷰에서 드러냈다. 둘의 만남을 떠나 '선동렬 투수코치+에이스 박찬호'는 WBC에 나서는 대표팀 마운드에 최상의 조합이다. WBC 1라운드 A조에 속한 한국은 대만 중국 일본을 차례로 상대한다. 7년 전인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예선 첫 게임 대만전 승리에 이어 일본과 결승전에서 13-1 콜드게임 승을 이끌어낸 투수가 박찬호다. 주니치에서 4년을 뛰어 누구보다 일본 프로야구를 잘 알고 있는 선 감독은 지난달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선 대만 야구의 현주소도 직접 눈으로 확인, 김인식 감독과 선수들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미국으로 건너가 펼칠 2라운드에서도 박찬호의 역할이 기대된다. 현재로선 2라운드 대결 상대는 일본과 함께 미국 캐나다, 또는 미국 멕시코가 유력하다. 특히 미국은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데릭 지터 등 30명 전원이 현역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될 게 분명하다. TV나 책으로 본 간접 정보보다는 박찬호가 10년을 넘게 뛰며 몸으로 얻은 메이저리그 투수 타자 개개인에 대한 지식이 대표팀에 귀중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와 최희섭 등 메이저리거들이 덕아웃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WBC 대표팀 1차 엔트리 60명을 발표한 뒤 최종 엔트리 30명을 조기 확정, 2월 19일부터 일본 후쿠오카에서 대회에 앞서 팀워크를 다지는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후쿠오카돔이 선동렬 감독과 박찬호가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첫 만남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