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돈으로 살 수 있다?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2.07 11: 36

서기 2020년. 20대 야구팬 K씨는 도서관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발간 2005년 한국프로야구 연감. 75페이지를 펼치니 역대 골든글러브 수상자 명단이 나왔다. 맨 마지막 줄 2004년. 1루수 양준혁, 2루수 박종호, 3루수 김한수, 유격수 박진만. 삼성 선수 4명이 내야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코흘리개였던 당시를 기억할 리 없는 K씨가 기록만 보고 내린 결론. '2004년 삼성 내야는 최강이었구나'. '현대에서 함께 뛰었던 박종호 박진만이 삼성으로 옮겨서도 최강의 키스톤 콤비를 이뤘네'. 2004년 삼성 내야가 강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잡을 부분이 하나 있다. 박종호는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선수였지만 박진만은 그 해 삼성 내야수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129경기 모두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K씨가 너무 급했다. 연감 한 장을 넘겨 77페이지를 보니 2004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박진만이 11월 23일 4년간 39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심정수와 함께 삼성으로 옮긴 사실이 적혀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12월 11일이었다.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12월 11일이다. 투표 마감은 9일까지다. 유격수 후보 선수 중에 '한화 김민재'가 눈에 들어온다. 올 시즌 SK에서만 125경기를 뛴 김민재는 역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어 4년간 14억 원을 받기로 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반면 FA로 아직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박재홍은 올 시즌에 뛰었던 SK 소속으로 외야수 후보에 올라있다. 프로스포츠에서 기록과 상은 왜 존재할까. 기록을 세우고 상을 받는 개인에겐 명예이자 영광이겠지만 큰 틀로 보면 기록도 상도 그 종목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팬들이 기록에 열광하고 상에 박수를 보내는 건 기록과 상이 세상살이보다 훨씬 '순수'하기 때문이다. 때가 덜 묻었기 때문이다. 기록과 상이 정확히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되고 뒤틀린다면 팬들의 마음을 잃기 십상이다. 박진만이나 김민재가 시즌 중에 트레이드가 되서 삼성이나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라도 뛰었다면 또 모를 일이다. 2004년 박진만은 분명 현대 유니폼을 입고 골든글러브급 유격수 수비를 선보였다. 박종호는 키스톤 콤비가 아니라 박진만의 '적'이었다. 김민재가 또 다른 후보 손시헌을 제치고 골든글러브를 따든 못따든 2005년 김민재는 100퍼센트 SK 선수였다. 구단마다 한 명이라도 더 골든글러브를 배출하기 위해 애쓰는 결과라지만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은 곤란하다.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젖줄인 기록과 시상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들이 야구장을 찾으려는 팬들을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TV 앞으로 돌려세우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종민 기자 mini@ 2004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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