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애스트로스가 8일(한국시간)까지 로저 클레멘스(43)에게 연봉 조정신청을 하지 않음에 따라 클레멘스와 결별이 확정됐다.
내년 5월 2일까지 휴스턴과는 계약할 수 없게 된 클레멘스는 FA 자격으로 다른 팀에 자유롭게 입단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클레멘스와 휴스턴은 왜 결별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휴스턴이 클레멘스를 잡으려면 이날까지 재계약을 마치거나 최소한 연봉 조정신청을 했어야 했다. 여기서 국내에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구단이 특정선수를 상대로 연봉 조정신청을 할 때 노사협약에 따라 최소한 전년도 연봉의 80% 이상을 적어내야 하지만 FA의 경우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1800만 달러를 받은 클레멘스를 상대로 휴스턴은 500만 달러에 조정신청을 해도 규정상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방어율 양 리그 전체 1위(1.87)에 오르며 휴스턴을 월드시리즈에 올린 클레멘스를 상대로 깎인 연봉으로 조정신청을 한다면 질 확률은 100퍼센트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위원회는 대부분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하기 때문에 조정까지 갔다면 그 결과는 2000만 달러에 가까운 액수가 됐을 것이다.
2000만 달러는 휴스턴이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올해 팀 연봉 7600만 달러였던 휴스턴은 주전급 선수들과 맺은 장기계약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내년 시즌 연봉이 치솟는다. 제프 배그웰과 크레이그 비지오, 앤디 페티트, 로이 오스월트, 랜스 버크먼 등 5명의 내년 연봉만 6600만 달러에 달한다. 올해 850만 달러를 받았던 페티트의 경우 내년 연봉은 무려 1750만 달러다
브래드 리지와 모건 엔스버그 등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있는 6명을 포함하면 11명의 내년 시즌 연봉이 80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클레멘스에게 1800만 달러를 줄 수는 있었지만 내년에 클레멘스에게 2000만 달러를 인기기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클레멘스 같은 거액 연봉 선수의 경우 구단이 실제로 연봉조정을 바라고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해 시간을 벌기 위해 일단 조정신청은 하되 그 전에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수의 합의를 받아내는 게 일반적이다.
휴스턴이 조정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건 클레멘스와 이런 합의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클레멘스로선 휴스턴에 특별히 '디스카운트'를 해주면서까지 내년 시즌 현역 생활을 연장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클레멘스는 지난해 은퇴를 번복한 뒤 휴스턴에 입단하면서 '단돈' 500만 달러에 1년 계약을 했다. 클레멘스의 에이전트 랜디 헨드릭스는 당시를 상기시키듯 최근 "지난 2년간 클레멘스와 휴스턴은 고맙다는 말 말고는 서로에게 빚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휴스턴과 내년 시즌 연봉을 놓고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65경기 선발 등판에 425⅔이닝 투구, 320피안타 26피홈런 141볼넷 403탈삼진에 31승 12패 평균자책점 2.43. 클레멘스가 지난 2년간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남긴 빛나는 성적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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