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만에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품에 안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내년 시즌 다시 한 번 정상에 설 수 있을까. 불과 1년 전만 해도 황당한 공상과학 소설 쯤으로 들렸을 얘기가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15일(한국시간) 올란도 에르난데스를 애리조나에 내주고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불펜 요원 루이스 비스카이노와 외야수 유망주 크리스 영을 얹어주는 출혈을 감수했지만 바스케스를 얻은 건 소득이다.
바스케스는 최근 3년 새 몬트리올→양키스→애리조나 등 해마다 팀을 옮겨다니며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6년 연속 32경기 이상 선발 등판에 6년 평균 220이닝을 소화해낸 확실한 선발 요원이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경기 연속 완투승을 따내는 괴력을 발휘한 마크 벌리-존 갈랜드-호세 콘트레라스-프레디 가르시아에 바스케스까지 가세함에 따라 화이트삭스 선발 로테이션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마운드 못지 않게 타선도 누수 전력 없이 발빠른 보강에 성공했다. 팀의 핵심인 폴 코너코와 재계약이 그 핵심이다. 2년 연속 40홈런 100타점을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2차전 역전 만루홈런 등 포스트시즌서도 맹활약한 코너코는 켄 윌리엄스 단장-아지 기옌 감독 듀오에 의해 '스몰볼' 위주로 개편된 화이트삭스 타선에서 파워를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볼티모어와 LA 에인절스의 영입 경쟁을 조용히 지켜보던 화이트삭스는 윈터미팅 직전 5년간 6000만 달러를 베팅, 코너코를 주저앉혔다.
코너코가 잔류한 데다 짐 토미를 트레이드해 옴으로써 지난해 팀 득점 리그 3위에서 올 시즌 9위로 뒷걸음질 친 공격력 보강을 위한 정지 작업도 마쳤다. 프랭크 토머스를 떠나보낸 데 이어 칼 에버렛도 내보냈지만 토미라면 코너코의 뒤를 받칠 클린업 듀오-왼손 강타자의 두 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도고 남는 카드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 시즌을 중도에 접은 토미가 4년 연속 40홈런을 넘긴 2001~2004년 위력의 절반만 되찾는다 해도 화이트삭스 타선은 면모를 일신할 것이다.
지난해 보스턴의 경우 월드시리즈 우승 뒤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데릭 로, 올란도 카브레라 등 주역들이 FA로 대거 팀을 떠났다. 2003년 우승팀 플로리다 말린스도 이반 로드리게스와 데릭 리, 칼 파바노와 브래드 페니 등 주축 멤버들이 이듬해 모두 떠나갔다.
반면 화이트삭스는 중견수 애런 로원드와 왼손 셋업 요원 다마소 마르테 등 일부 희생이 있었지만 재간동이 내야수 롭 마코비악을 얻는 등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핵심 전력을 그대로 지켜내면서도 짭짤하게 전력을 보강해가고 있다. 모든 게 구상대로 풀린다는 보장은 물론 없지만 브랜든 매카시와 브라이언 앤더슨 두 유망주가 내년 시즌 힘을 보탤 예정이어서 적어도 서류상으론 어느 팀보다 멋진 내년 시즌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하려면 우선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중부지구 양대 라이벌 가운데 미네소타는 플로리다로부터 2루수 루이스 카스티요를 영입했지만 1988년부터 무려 18년째 한 번도 30홈런 타자를 배출하지 못한 장타력 부재을 해결할 기미가 없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화이트삭스를 맹추격했던 클리블랜드도 에이스 노릇을 한 케빈 밀우드를 떠나보내고도 아직 이렇다 할 오프시즌 수확이 없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도 화이트삭스처럼 투타 핵심 전력인 젊은 선수들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다.
2000년대 들어 6년 연속 새로운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온 '전통'을 화이트삭스가 내년 시즌 깰 수 있을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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