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쿠바를 끌어들이려는 메이저리그의 노력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재무부가 배당금이 걸린 대회인 WBC 참가가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에 위배된다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쿠바 초청 승인을 기각했고 의회도 "독재정권이 만든 팀 대신 자유를 찾아 망명한 선수들이 쿠바 대표로 참가하게 하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22명, 마이너리그 62명 등 총 84명의 쿠바 출신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다며 미국 내 쿠바 선수로만으로도 충분히 팀 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은 소속 국가 야구협회가 선발한다'는 WBC 규정에 어긋날 뿐더러 망명객들로만 이른바 '자유 쿠바' 팀을 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런 상황이다. 의회가 언급한 84명은 부모 가운데 한쪽 이상이 쿠바 태생인 사람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실제 본인이 쿠바에서 태어난 메이저리그 선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쿠바 태생 선수는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호세 콘트레라스(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이복 형제인 올란도 에르난데스(애리조나)-리반 에르난데스(워싱턴), 마무리 투수 대니스 바에스(탬파베이)와 외야수 알렉스 산체스(샌프란시스코) 5명에 불과했다.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승격한 포수 브라이언 페냐(애틀랜타) 2루수 유니에스키 베탄코트(시애틀)에 1루수 켄드리 모랄레스(LA 에인절스) 포수 미첼 에르난데스(세인트루이스) 등 과거 빅리그 경력이 있거나 1~2년 이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유망주들을 합쳐도 순수 쿠바 출신으로 WBC 엔트리 30명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5년 전인 지난 2001년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쿠바 출신 선수들은 14명에 달했다. 지난해도 10명의 쿠바 태생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누볐다. 불과 1년 새 그 수가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1990년대 국제대회 152연승을 구가한 데 이어 1992년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4차례 올림픽 중 세 차례나 금메달을 딴 아마 야구 세계 최강국 쿠바지만 세계 최고의 프로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선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쿠바가 선수들의 망명을 막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 참가조차 꺼리고 있는 데다 미국도 9.11 테러 이후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쿠바 망명 선수들에 대한 심사를 엄격화한 결과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쿠바를 탈출한 30여 명의 선수가 미국 입국 비자를 얻지 못해 제3국에 발이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3년 르네 아로차를 처음으로 지금까지 미국에 망명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쿠바 선수는 22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리반 에르난데스와 대니스 바에스는 지난 7월 나란히 올스타에 뽑혀 자존심을 세웠다. 하지만 1997~1999년 3년 연속 유격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던 레이 오도녜스는 올 시즌 부르는 팀이 없어 한 게임도 뛰지 못했다. LA 에인절스가 바비 젱크스(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웨이버 공시하면서까지 지켜낸 스위치 히터 1루수 켄드리 모랄레스가 쿠바의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을 뿐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토니 페레스)를 배출한 쿠바는 신인상(토니 올리바.1964년) MVP(조일로 베르사예스,1965년) 사이영상(마이크 케야.1969년)을 제패하는 등 1950~1970년대 메이저리그의 당당한 한 축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오랜 금수 조치에 쿠바도 스스로 문을 걸어잠그며 맞서 '우물안 개구리'가 돼 쿠바 출신 선수들은 질과 양 모두에서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메이저리그를 전 세계에 팔려는 상술이 밑바닥에 깔려있지만 쿠바가 전세계 야구의 주류인 메이저리그를 향해 꽁꽁 닫아뒀던 문을 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 1999년 쿠바 대표팀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교환 친선경기를 허용한 바 있는 카스트로 정권이 대회 참가를 선언했지만 이번엔 미국 정부가 이를 막아섰다. 전세계 메이저리그 팬들로선 '쿠바 대 미국' '쿠바대 메이저리그'의 정면 대결을 지켜볼 흔치 않은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