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의 트레이드는 보스턴 레드삭스엔 재앙이었지만 뉴욕 양키스엔 축복이었다.
투타에서 보스턴의 기둥으로 활약하던 루스는 1920년 1월 현금 10만 달러에 펜웨이파크를 담보로 30만달 러를 대출받는 조건으로 양키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루스가 뛴 6년간 3차례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보스턴은 루스를 팔아버린 뒤 12년간 9번이나 아메리칸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양키스는 루스를 영입한 이듬해인 1921년부터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하며 1923년엔 창단 23년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루스가 가져다준 축복은 성적 그 이상이었다. 루스가 이적 첫 해인 1920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종전 메이저리그 기록(29개)의 두 배 가까운 54홈런을 터뜨리자 양키스 홈구장 폴로 그라운드엔 128만 여 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첫 한 팀 시즌 100만 관중 기록은 루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1921년엔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59개로 바꾸는 등 루스의 방망이는 갈수록 불을 뿜었고 양키스엔 뭉칫돈이 밀려들었다. 뉴욕 자이언츠 소유의 폴로 그라운드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양키스는 1923년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양키스타디움을 새로 지어 이사했다. 양키스타디움 입구엔 아직도 '루스가 지은 집(the House that Ruth Built)'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팬들을 끌어모으는 스타 파워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 시설은 메이저리그를 지탱해온 선순환 구조다. 절반 이상의 팀들이 새 구장을 지은 1990년대 이후엔 특히 구장 개장에 맞춰 스타 플레이어들을 집중 영입하는 일이 잦다. 그 중엔 샌프란시스코(SBC파크)나 휴스턴(미닛메이트파크)처럼 성공 사례가 있는가 하면 디트로이트(타이거 스타디움)처럼 큰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이 부진해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내년 시즌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새 구장을 갖게 된다. 세인트루이스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부시 스타디움을 헐고 바로 옆에 지은 새로운 부시스타디움이 내년 시즌 개막에 맞춰 문을 연다.
세인트루이스는 그러나 대부분 팀들이 걸어온 길을 가지 않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들어 세인트루이스는 레지 샌더스와 맷 모리스, 마크 그루질라넥, 래리 워커, 아브라함 누녜스, 칼 엘드레드, 훌리안 타바레스, 레이 킹, 존 메이브리 등 주전급 선수를 9명이나 떠나보냈다. 대신 리카르도 링콘과 브래든 루퍼, 래리 빅비, 데이비 크루스, 애런 마일스 등을 영입했지만 새 구장을 가득 채울 만한 '빅 네임 플레이어'는 눈에 띠지 않는다.
올 시즌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에 이어 3위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관중 동원 상위권을 차지해온 세인트루이스는 내년 새 부시스타디움이 문을 열면 그야말로 돈을 쓸어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냉정을 잃지 않고 있다. '2루수에게 연봉 200만 달러 이상은 안 된다'며 그루질라넥을 떠나보내는가 하면 A.J. 버넷 영입 경쟁에선 4년간 3800만 달러를 제의해 연봉 1000만 달러 선을 결코 넘지 않았다.
빌 드윗 세인트루이스 구단주는 "우리 팀은 매년 계획된 예산을 가지고 움직인다. 올해 8000만 달러대를 목표로 했지만 래리 워커 영입으로 9000만 달러를 넘었듯 내년은 일단 9000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한다"며 "올 겨울 FA나 트레이드 시장에 A급 선수가 거의 없다. 참고 기다리다보면 스프링캠프 때나 시즌이 시작한 뒤라도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에 앞서 LA 에인절스에서 논텐더로 풀린 데이빗 엑스타인을 비롯 누녜스 샌더스 그루질라넥 등 다른 팀들이 욕심내지 않는 선수들로 팀을 꾸리고도 2년 연속 100승을 달성했다. 토니 라루사 감독은 "지난해에도 같은 상황이었지만 결국 막판에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해 좋은 팀을 만들었다"며 낙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장 건설 비용에다 앨버트 푸홀스(7년 1억 달러) 스캇 롤렌(8년 9000만 달러)과 맺은 다년계약의 부담이 갈수록 가중돼 세인트루이스가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두가 일단 돈을 쏟아붓고 난 뒤 결과를 기다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는 세인트루이스의 신중함이 내년 시즌 어떤 결과를 나을지 궁금하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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