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느냐, 지키느냐'. 내년 초 해외 전지훈련에서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태극전사들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다. 다만 골키퍼의 경우에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이 막을 올린다. 지난 19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해외 전지훈련 24명 명단에 따르면 골키퍼 부문에는 터줏대감 이운재(33.수원)와 김영광(22.전남)을 비롯해 '늦깎이' 조준호(33.부천)가 가세, 3대1 경쟁을 펼치게 됐다.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골키퍼는 3명이 선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해외 전훈 이후 대표팀 소집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사실상 이들이 독일월드컵까지 경쟁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전훈에서 다른 포지션이 '생존 경쟁'으로 무게가 기운 반면 골키퍼 부문은 월드컵에서 선발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선두 주자는 아무래도 3년간 대표팀 수문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운재. A매치 84경기(75실점)에 출전한 이운재는 2002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대표팀의 '공식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A매치에서 5차례(2실점) 기회를 잡은 김영광은 대선배 이운재를 상대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드보카트호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운재는 앞서 "언제나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광이 도전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나도 김영광를 위해 도전하는 입장"이라며 양보없는 대결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정작 코칭스태프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운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을 수련시키는 대표팀의 정기동 골키퍼 코치는 "국내에 이운재 만한 골키퍼가 없다"고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이운재와 동갑나기인 조준호의 등장은 판도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하게 된 조준호는 이미 K리그에서 경기운영, 수비수들의 수비 위치 선정, 콜 플레이 등에서 원숙미를 보이는 등 기량을 인정받았다. 조준호의 활약상은 기록에서 잘 나타난다. 조준호는 올해 평균 실점에서 0.75실점을 기록, 이운재(1.35실점)와 김영광(1.09실점)에 크게 앞섰다. 대표팀 경력이 모자랄 뿐 프로리그에서는 단연 '톱'이다. 조준호의 합류로 주전 경쟁은 물론 골키퍼간의 경쟁 유도도 잘 되리란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당시에는 이운재를 비롯해 김병지(35.포항) 최은성(34.대전)까지 나이대가 비슷한 선수들이 경쟁을 펼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아드보카트호 출범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인적 구성면에서 경쟁 구도가 잡히기가 어려웠지만 조준호의 합류로 이것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부천의 정해성 감독은 "지난 2002년에는 골키퍼진 구성에 여러 장점이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관계가 형성됐다. 조준호가 가세해 이운재의 좋은 경쟁 상대로 떠올랐고 김영광은 젊은 패기로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본다. 신구 조화가 잘 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준호는 "대표에 뽑힌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 "'파이팅'을 외치는 등 여러 면에서 대표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는 역할을 맡고 싶다. 골키퍼진서는 특히 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주전까지 노려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준호는 "이운재는 학창 시절부터 알던 사이로 나보다 항상 앞서 왔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만큼 솔직히 (주전 경쟁에)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의지를 다졌다. '뒷문'이 튼튼할 수록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대표팀의 골키퍼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영호 기자 iam905@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