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국가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인식 한화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실력과 성적, 경험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코칭스태프 중 한 사람인 김재박 감독의 소속팀 현대 선수들이 한 명도 뽑히지 못한 걸 보면 겉치레 말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번 대표팀 선발이지만 뒷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의외의 선발, 뜻밖의 탈락이라는 말을 듣는 선수들이 몇몇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 감독이 9년이나 몸 담았던 두산의 전현 소속 선수들이다. 먼저 2루수 부문 안경현. 안경현 대신 김종국(기아)을 선택한 데 대해 김인식 감독은 "안경현은 타격은 좋은데 수비가 안 되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이던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37명의 예비 엔트리에 선발했던 안경현을 한마디로 '평가절하'했다. 올 시즌 2할3푼5리로 규정타석을 채운 8개 구단 타자 42명 중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한 김종국은 건실했던 2루 수비도 최근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김종국이 117경기에서 실책 15개를 범한 반면 타율 2할9푼3리로 시즌을 마친 안경현은 105경기에서 실책 3개를 기록했다. 단 안경현이 발목 부상으로 수비 범위가 많이 좁아진 것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다. 다음은 유격수 부문 손시헌. 김재박 감독은 "2루수 박종호가 (손가락 부상으로) 빠져 손시헌보다는 2루수 유격수를 같이 볼 수 있는 김종국과 김재걸을 뽑았다"고 밝혔다. 골드글러브 수상자 손시헌의 탈락은 뜻밖이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손시헌은 지난해 병역 비리에 연루된 탓에 해외 출국이 금지된 상태라 일본과 미국에서 열리는 WBC에 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재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피한 대신 "유격수는 경험이 필요한 포지션인데 손시헌은 경험이 부족하다. 반면 박진만과 김민재는 경험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경합 포지션의 당락을 가르는 키워드는 경험이다. 그 다음은 전병두와 이혜천. 구대성 봉중근에 이어 왼손 불펜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전병두가 선발된 반면 이혜천은 탈락했다. 대표팀 투수코치인 선동렬 삼성 감독은 "시즌 막판 구위가 전병두가 이혜천보다 더 좋았고 힘과 제구력 면에서도 나아 선발했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지난 7월 리오스와 트레이드돼 두산에서 기아로 간 전병두는 시즌 마지막 달인 9월 12이닝 무실점을 기록, 선 감독의 말처럼 시즌 막판 구위가 좋았다. 이혜천도 9월 한 차례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썩 나쁘지 않았고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도 중간계투로 두 경기 2⅔이닝 무자책을 기록했다. 프로 8년차로 지난 2001년 대만 월드컵(세계선수권) 대표로 뛰었던 이혜천은 21살의 전병두에 비해 경험에서 앞서지만 '어드밴티지'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혜천도 전병두도 병역 미필자다. 병역 혜택은 없지만 내년 12월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이번 WBC 출전을 선수 본인도 해당 구단도 바라왔다. 전병두는 김인식 김경문 두 전현직 두산 감독이 미묘한 감정 대립을 보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병두가 리오스 등과의 트레이드로 기아에 가게 되자 김인식 감독이 기자들에게 "왜 용병하고 트레이드했는지 모르겠어. 두산이 손해 아냐?"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저라면 그렇게 말 안할 겁니다"라고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이 두산을 떠나면서 김경문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준 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못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불공정했다'고 꼬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이번 WBC 대표팀 선발엔 그 앙금이 어른거린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