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형은 몰라도 우리들은 빛 좋은 개살구예요".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드림팀'의 일원으로 출전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호성적'과 '소속팀의 주전 확보'라는 지상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년보다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실전대비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인 첫 빅리거로 '맏형'인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위해 이미 드림팀 사령탑인 김인식(한화) 감독에게 미국 하와이에 전지훈련을 오는 LG나 한화에서 함께 훈련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에 김 감독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들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해줄 태세다. 국내 프로야구단 전훈지 합동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해외파 대표선수는 현재 박찬호를 비롯 김선우(28.콜로라도 로키스) 최희섭(26.LA 다저스)이 있다. 나머지 선수들도 가능하면 1월부터 2월 19일 대표팀의 일본 후쿠오카 전지훈련 이전까지 국내팀들의 해외 전훈지에서 합동훈련을 갖고 싶어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빨리 훈련을 시작하므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혼자 가볍게 훈련하기보다는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서 훈련을 쌓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해외파들은 국내팀의 일원으로 합동훈련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합동훈련에 어려운 점도 있다. 훈련은 국내팀 선수들과 함께 하지만 숙식은 따로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국내 구단들은 대부분 "훈련을 함께 하는 것과 훈련 중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잠자리와 나머지 식사는 본인들이 알아서 했으면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래도 빅리거들인데 숙식비 정도는 본인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나. 우리팀 선수단과 행동을 통일한다면 숙식을 할 수는 있지만 비용은 부담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연봉이 30만 달러 이상인 빅리거이지 않나'라는 물음에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줄 선수는 평균 연봉 1300만 달러로 빅리그 초특급 연봉 선수인 박찬호와 올해 연봉 650만 달러를 받은 특급 선수인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뿐이다. 이들은 사실 국내팀과의 합훈시 부담없이 숙식비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나머지 빅리거들은 아직 그렇지가 못하다. 이들에게는 한 달 이상 집 이외의 장소에서 전지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연봉이 빅리그 최저 수준인 30만 달러대로 국내 선수들과 비교하면 많아 보이지만 높은 세율, 비싼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풍족한 편은 아니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미국의 세율은 25%에서 시작해 연봉 15만 달러가 넘으면 30%대로 뛰고 초고액 소득자는 거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박찬호의 경우 연방세 39.6%에 캘리포니아 주세가 9.3%에 달해 48.9%가 세금으로 나간다. 한때 최희섭이 몸담았던 플로리다주 같은 경우는 주세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도 30만 달러대 연봉을 받기 때문에 30%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박찬호는 거액의 세금을 내도 남는 게 많지만 이들의 경우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아직 국내 특급 선수들보다 적다. '박봉'의 해외파들은 1월 국내 구단과의 합동훈련 방식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비용 때문에 선뜻 제의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고액 소득자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구단의 지원이 따르기 때문이다. 빅리그 구단들은 스프링캠프 동안 선수들에게 연봉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훈련비를 1주일마다 지급한다. 대개 숙식비 조로 1000달러(약 100만 원) 정도를 지급,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주변 숙소를 구해 생활하도록 지원한다. 즉 해외파 드림팀 대표들은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국내 팀과의 합동훈련 때 숙식비 보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곳은 결국 드림팀의 총괄체인 한국야구위원회(KBO)다. KBO로서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마땅한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닌 상태지만 '한국야구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린다'는 대명제하에 해외파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했던 당사자로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확실한 주축 선수'로 인정받지 못해 스프링캠프에서 실력 발휘를 해야 하는 처지의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국가대표로 나선 이들에게 '이중고'를 안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이 훈련장소, 훈련비 등에 구애받지 않고 훈련에만 전념해 WBC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고 동시에 소속팀에서도 인정을 받아 내년 시즌 호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KBO가 나서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런 점이 '사소한(?) 문제'로 여겨지는 분위기여서 해외파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사석에서는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서재응(왼쪽)과 최희섭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