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머리 싸움'에서 신치용 눌렀다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2.25 17: 18

장수가 천하의 지략을 부린다 해도 전장에 선 병사들이 따르지 못하면 소용 없는 일이다. 성탄절인 25일 프로배구 경기에선 '맹장'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선수들과 찰떡궁합으로 대어 삼성화재를 낚았다.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진 2005~2006 KT&G V-리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2라운드 대결.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경기 전 "우리가 우리 걸 잘 못하면 무조건 지는 거고 우리 걸 잘 해도 저쪽(현대캐피탈)이 저쪽 걸 100퍼센트 하면 힘들다"고 예의 한자락을 깔았다. '삼성화재의 것'은 강한 서브와 탄탄한 리시브, '현대캐피탈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높이를 앞세운 속공과 블로킹이다. 1세트가 시작되자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캐피탈 장신군단만 만나면 위축되곤 했던 신선호 김상우 두 삼성화재 센터가 번갈아 속공을 퍼부었지만 현대캐피탈은 왠일인지 번번히 이를 허용했다. 신선호가 속공 무려 12개 등 14득점으로 공격 성공률 70퍼센트를 넘겼고 김상우도 속공 6개 8득점에 공격 성공률 60퍼센트를 기록했다. 속공수에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에 18 대 11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경기는 세트스코어 3-1로 현대캐피탈의 차지였다. 한 세트씩 주고받은 뒤 3세트에서 이선규가 삼성화재 좌우 공격수 이형두와 김세진을 잇달아 가로막은 게 분수령이 됐다. 마지막 4세트 17-16에서도 삼성화재 레프트 신진식이 이선규에게 두 번 연속 블로킹 당한 게 승패의 갈림길이 됐다. 애초부터 이선규와 윤봉우 현대캐피탈 두 센터의 생각은 딴 곳에 있었다. 이선규는 경기전 "이거 말 하면 안되는데..."라며 "전에 삼성화재와 할 때면 속공을 따라갔다가 다음은 안 잡다가 왔다갔다 했는데 오늘은 속공은 내준다 생각하고 쭉 좌우 공격수들을 따라간게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철 감독도 "이형두와 장병철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놓치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신선호에게 80퍼센트 가까운 공격 성공을 내줬지만 속공을 포기하고 좌우를 잡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알고도 속는다'는 게 배구라면 이날 대결에선 김호철 감독이 멋진 지략으로 신치용 감독을 보기좋게 '속이는 데'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 패배를 깨끗이 설욕하고 최근 6연승, 2라운드 5전 전승으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천안=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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