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은 "투구수 제한이 별 문제될 것 없다"고 했지만 어쨌든 관련 규정 논의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낮 12시와 저녁 7시였던 경기 시간도 11시, 6시로 바뀌었지만 한국엔 제대로 통보조차 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직위원회가 각종 대회 규정을 정하기 위해 구성한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 주요 분과에 한국은 아예 배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투구수 제한이든 경기 시간 변경이든 각종 규정 마련에 한국의 목소리를 내기가 애당초 불가능한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WBC 기술위는 2개 분과로 나뉘어져 있다. 대회 규정 등 정책을 결정하는 분과와 이를 실제 경기에서 집행하는 분과다. 그 중 정책 결정 분과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MLBPA), 국제야구연맹(IBAF)과 대회 주최국인 푸에르토리코 일본 등 5자로만 이뤄져있다. 정책 집행 분과는 16개 참가국 모두로 구성된다. 투구수 제한과 경기 시간 변경 등 각종 사안들은 모두 정책 결정 분과에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WBC 개막전까지 기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한국으로선 그저 따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1라운드 경기 시간이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도 없이 오전 11시로 당겨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WBC 실무를 담당하는 조희준 KBO 국제팀장은 "기술위 분과에 한국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프로리그가 있는 대만과 멕시코도 빠졌고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등 대표팀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인 나라들도 빠졌다"며 "대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직접 접촉을 통해 주요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경기 시간이 통보 없이 당겨진 데 대해선 "'1시간 당기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이 와서 반대의 뜻을 나타냈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일본 쪽에서) 일방적인 보도가 나왔다"며 "당연히 불쾌하지만 첫 대회이고 틀을 만들어가야 하는 만큼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계획에 따르면 WBC는 내년 한 번만 하고 말 게 아니라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으로 정례화될 대회다.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큰 프로야구 리그를 가진 한국이 대회 규정 결정 과정에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메이저리그의 장단에 언제까지 춤을 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