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AL) 방어율 1위 케빈 밀우드(31)를 5년간 6000만 달러를 들여 잡았다. 지난 2001년 겨울 박찬호와의 계약(5년 6500만 달러) 이래 두 번 다시 안 할 것 같던 투수 5년계약을 다시 들어준 것이다.
박찬호 계약과 비교할 때 '2007~2009시즌에 걸쳐 규정이닝에 미달하면 2010년 계약은 무효가 된다'는 조항을 걸어놓은 점만 다를 뿐 파격적 베팅이긴 매한가지다. 이로써 텍사스는 채 1년만에 선발 로테이션 5인을 모조리 바꾸는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올 초 개막 당시 로테이션이 케니 로저스(디트로이트)-박찬호(샌디에이고)-크리스 영(샌디에이고)-라이언 드리스(워싱턴)-페드로 아스타시오(FA)였지만 내년엔 밀우드-애덤 이튼-비센테 파디야-캐머런 로-후안 도밍게스로 꾸며지게 됐다.
결론적으로 텍사스의 마운드 재편은 지난 2003년의 필라델피아를 연상시킨다. 당시 필라델피아도 포수 자니 에스트라다를 내주고 애틀랜타에서 밀우드를 에이스로서 '모셔'왔다. 그리고 그 때도 파디야가 선발진의 중추를 이뤘다. 그러나 밀우드와 필라델피아의 동거는 2년만에 실패로 끝났고 FA 대박을 노린 밀우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클리블랜드와 1년짜리 계약에 동의했다.
그리고 밀우드는 올해 AL 방어율 1위(2.86)에 올라 연평균 1200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됐다. 텍사스로선 박찬호의 잔영이 남아있음에도 또 한번 외부수혈로 에이스를 보강하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박찬호 때와 마찬가지로 밀우드에겐 두 가지 의심이 따라붙는다. 하나는 FA 대박을 바라보고 몸 안사리고 던진 올 시즌의 성적이 내년에도 나올지 미지수란 것이고 또 하나는 타자친화적으로 유명한 텍사스의 홈구장 아메리퀘스트 필드에서도 방어율왕의 면모가 나오겠느냐다.
그러나 '박찬호와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그 주된 근거가 밀우드의 AL 서부지구 성적이다. 올 시즌 밀우드는 오클랜드-시애틀-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총 5번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6 WHIP 0.86을 기록했다. 어쨌든 박찬호를 '우승 청부사'로 사왔으나 실패한 텍사스가, 필라델피아에서 '우승 청부'에 실패한 경력이 있는 밀우드를 영입해 얼마나 재미를 볼지 흥미롭게 됐다.
로스앤젤레스=김영준 특파원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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