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이 2년 전과 흡사하다. 5억 원이 넘는 초고액연봉, 해외진출, 그리고 8개 구단 모두가 눈독을 들일 만한 최고타자 등 여러 조건이 2년 전 심정수(30.삼성)와 비슷하다. 지난 29일 예상보다 빨리 2006년도 연봉계약서에 사인한 LG 왼손 강타자인 이병규(31)의 이야기다. 이병규는 올 시즌 수위타자와 최다안타왕 등 타격 2관왕에 오르며 최고타자의 실력을 뽐낸 덕분에 올해 연봉 3억 원에서 무려 2억 원이 뛰어 오른 5억 원에 내년 연봉계약을 맺었다. 파격적인 2억 원 인상에는 2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LG 구단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성적에 따른 보상'과 함께 일명 'FA 보험'의 성격도 짙게 내포돼 있다. 이병규는 내년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해 'FA 대박'을 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LG 구단으로선 고액연봉을 미리 안겨 타구단이 데려가기 힘들게 하는 '예방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연봉 5억 원도 확실한 안전장치는 아니다. 2년 전 현대가 심정수에게 'FA 보험'으로 2004년도 연봉을 무려 6억 원씩이나 안겨줬지만 그해 겨울 삼성으로 날아간 사례가 있다. 당시 심정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FA 최대어로 해외진출을 포기하는 대신 국내에서 초대형 FA 계약을 이끌어냈다. 심정수는 관심을 두고 있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흘리는 한편 삼성과 협상에서 4년 60억 원이라는 FA 사상 최대의 대박계약을 터트렸다. 이병규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제2의 심정수'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찌감치 일본 등 해외에 진출해서 성공할 타자로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정을 받고 있어 내년 시즌 후 해외진출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터라 그렇다. 여기에 심정수 이상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효용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어 다시 한 번 '큰 손' 삼성의 지갑을 활짝 열게 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눈독을 들이는 구단에 맞서 LG도 '국내에서는 무조건 지키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1999년 간판포수였던 FA 김동수를 삼성에 빼앗겼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의 LG의 의지다. 한마디로 해외진출은 어쩔 수 없지만 국내에서는 호락호락하게 타구단에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유리한 여건으로 인해 이병규는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작년 이맘 때 야구계를 놀라게 했던 심정수의 대박계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선수가 이병규이기 때문이다. 두둑한 연봉을 챙겨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병규가 내년에는 더 뜨거운 겨울을 맞을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제2의 심정수'로 심정수의 엄청난 기록을 깰 것인지 주목된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