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타선 좌우 불균형 '빨간 불'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6.01.10 11: 40

마운드는 든든한데 타선이 걱정이다. 지난 9일 열린 월드베이스클래식(WBC) 유니폼 발표회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저마다 대단한 각오를 밝혔다. 해외파 맏형 박찬호는 "선발이든 구원이든 보직은 상관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최고참인 주장 이종범은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나라를 위해서 뛴다는 마음으로 하나로 뭉쳐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의 넘치는 의욕과 함께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구대성 등 해외파가 총출동하는 높은 마운드는 WBC에 나서는 대표팀의 든든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날 유니폼 발표회가 내내 유쾌했던 건 아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박재홍이 부상 때문에 도저히 뛸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박재홍(SK)을 송지만(FA)으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찬스에 강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박재홍의 탈락은 대표팀 타선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박재홍의 존재 자체가 아쉽지만 그가 빠짐에 따라 대표팀 타선의 좌우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졌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WBC 최종 엔트리 30명 중 야수 17명 가운데 오른손 타자가 12명, 왼손 타자는 5명으로 겉보기엔 좌우 균형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스타팅 라인업으로 나설 주전급 선수들 중 좌타자는 이병규(LG) 이진영(SK) 이승엽(일본 롯데) 최희섭(LA 다저스) 박한이(삼성) 등 국내외에서 뛰는 간판급 타자들이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타자 중엔 김동주(두산) 이종범(기아)을 빼면 해결사 역할을 기대할 만한 타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박재홍과 김한수(삼성)가 부상 때문에 송지만 이범호(한화)로 교체되면서 전체적으로 우타 라인의 무게감과 안정감이 떨어졌다. 국제대회 출전 경력 등 경험을 배제하고 지난해 성적만 따져도 김한수(타율 .293, 73타점)→이범호(.273, 68타점), 박재홍(.304, 63타점)→송지만(.271, 74타점)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 그레이드'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이범호의 경우는 3루 수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활용 폭도 대타로 제한적이다. 박재홍의 경우 소속팀 감독인 조범현 대표팀 코치가 끝까지 설득했던 만큼 부상 선수의 교체는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이번 WBC 대표팀이 다분히 수비 위주로 짜여진 터라 주요 오른손 잡이 타자들의 잇단 교체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8개 구단 타자 중 타율 최하위를 기록한 김종국(기아)과 김재걸(삼성) 박진만(삼성) 등 이번 대표팀엔 지난해 국내리그에서도 타율 2할5푼도 넘지 못한 '수비용' 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방망이가 강한 우타자 가운데서도 김동주(두산)는 부상 후유증으로 100퍼센트 컨디션이 아니고 김태균(한화)도 지난해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서 전혀 제 몫을 못한 터라 믿음이 떨어진다. 한 방이 있는 심정수(삼성)와 지난해 공수에서 활약한 손시헌(두산) 조동찬(삼성)의 공백이 아쉬운 상황이다. 한국이 WBC 예선 1라운드에서 상대할 3개 팀 중 사실상 본선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될 대만은 지난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도 드러났듯 국내파 중엔 쓸만한 좌완 투수가 거의 없다. 그러나 해외파 가운데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궈홍치(LA 다저스)나 최근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한 린잉지에 등 수준급 좌완투수들이 WBC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중국도 지난 해 미야자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일격을 안긴 좌완 에이스 왕난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 역시 이시이 히로토시(야쿠르트) 후지타 소이치(롯데) 와다 쓰요시, 스기우치 도시야(이상 소프트뱅크) 등 좌투수 4명이 선발 불펜에 걸쳐 대표팀에 포진해 있다. 더구나 2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미국 대표팀 선발이 유력한 돈트렐 윌리스나 앤디 페티트, 빌리 와그너 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좌완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대표팀 타선이 이병규-이승엽-최희섭-이진영의 좌타 라인 위주로 1라운드를 통과하더라도 2라운드에서 순식간에 무력화될 위험성이 있다. 'WBC 드림팀' 타선의 좌우 불균형이 염려되는 이유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좌타자가 더 많은 한국대표팀 외야진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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