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면 응당 대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반대로 노마 가르시아파러나 케빈 밀우드처럼 예비 FA 시즌을 망치고 '재수'의 길로 접어드는 선수들도 있다.
제프 위버(30)와 벤지 몰리나(32)는 어느 쪽도 아니다. 예비 FA인 지난해 두 선수는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FA가 된 올 겨울 갈 곳이 마땅치 않다.
LA 다저스에서 뛴 위버의 2005시즌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14승 11패로 1999년 메이저리그 데뷔 7년만에 최다승을 거뒀고 탈삼진도 157개로 데뷔 후 최다를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K/9)은 6.31개로 썩 대단하지 않았지만 224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을 43개만 허용, 9이닝당 볼넷(BB/9) 1.73개로 양 리그 선발투수를 통틀어 12위에 올랐다. 삼진/볼넷 비율(K/BB=3.65), 이닝당 출루 허용 주자수(WHIP=1.17) 역시 수준급이었다.
2년 연속 13승 이상을 거둬 양키스에서 뛴 2003년 최악의 부진(7승 9패, 방어율 5.99)을 훌훌 털어버렸지만 팀 내 최다승 투수인 그에게 다저스는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연봉조정을 제의했지만 위버가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결국 지난 10일 기한을 넘겨 다저스와 결별이 확정됐다.
몰리나의 처지도 비슷하다. LA 에인절스 주전 포수로 뛴 지난해 몰리나는 공격 면에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타율(.295)은 물론 홈런(15개) 타점(69개) OPS(.782) 등 거의 모든 공격 부문에서 199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왼손 투수 상대 OPS는 1.077를 기록할 만큼 '좌투수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2000년부터 6년이나 안방을 지켜온 몰리나에게 미련을 보이지 못했다. 제프 매티스와 벤지의 동생 호세 몰리나 등 젊은 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에인절스와 협상이 결렬된 뒤 연봉조정 제의조차 받지 못한 몰리나는 FA 시장에서 뉴욕 메츠 등의 입질을 받기도 했지만 스프링캠프 개막을 한 여 앞두고도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위버도 몰리나도 30대 초중반의 나이 말고도 팀들이 꺼리는 이유가 있긴 하다. 위버는 지난해 35경기에서 홈런을 35개나 맞아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홈런 공장장' 에릭 밀튼(40개)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에 따르면 위버는 지난 2002~2004년 전체 플라이볼 타구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율(HR/FB)이 8% 대를 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2%로 이상 급등했다. 삼진이 늘고 볼넷은 줄었는데 방어율은 4.22로 높아진 까닭도 여기 있다.
관중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다저스타디움을 개축, 올 시즌 파울 지역을 더욱 좁힌 다저스로선 위버의 늘어난 홈런수를 염려했는지 모른다. 연간 1000만 달러대 몸값에 스캇 보라스가 에이전트라는 점이 '역 프리미엄'으로 작용했을 것은 물론이다.
몰리나는 오른손 투수에 대한 약점과 함께 부쩍 약해진 어깨가 에인절스와 결별 요인이다. 2002~2003년 아메리칸리그 골드글러브를 연패할 당시 몰리나는 45%에 육박하는 도루 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2004년 26%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도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31%에 그쳤다. 동생 호세 몰리나가 51%의 저지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위버는 에인절스와 협상 중이고 몰리나는 토론토가 관심을 보이는 등 두 선수 모두 결국은 새 둥지를 찾을 것이다. 결말이 어쨌든 둘이 기대했던 '따뜻한 겨울'은 쉽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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