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소우 랜디스는 연방 판사이던 1920년 초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 선임된 뒤 1944년 세상을 뜰 때까지 24년이나 커미셔너직을 수행했다. 자동차 딜러 출신인 버드 셀릭은 1980년 시애틀 파일러츠(밀워키 브루어스의 전신)를 인수하며 야구계에 뛰어든 지 18년만인 1998년 9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 선임됐다. 프로야구 8개 구단주들이 만장일치로 추대한 신상우(69) 전 국회 부의장이 12일 제15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취임식을 가졌다. 낙하산 인사라는 숱한 비난 속에서도 뜻을 이룬 신 신임 총재는 "외압이나 권력에 의해 내정된 사실이 전혀 없다. 어디까지나 야구계의 선택에 의해 야구계 의결기구(이사회와 구단주 총회)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외압이 있었는지는 누구도 입증하기 힘든 만큼 이미 신 총재가 취임한 마당에 더이상 따져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정치인 출신이냐 아니냐, 야구계 인사냐 아니냐를 왈가왈부하는 것도 이제는 의미없는 일이 되버렸다. 하지만 정치인 비정치인을 떠나 25살이나 된 한국 프로야구가 또다시 '아마추어'의 손에 넘어간 건 아쉬운 일이다. 신 총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들 셋이 있는데 셋 다 초등학교 때 야구 선수를 했다"며 야구와의 연을 강조했다. 그러나 돔구장 건설과 노후시설 개축 등 야구계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엔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놓는 데 그쳤다. 대부분 지방구장들이 더이상 증축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수용인원이 1만명 안팎인 구장들은 지자체와 협조해서 확충해야 하지 않겠냐"고 태평스런 말을 하기도 했다. 칠십 평생을 야구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정치인 출신 총재에게 야구 발전의 혜안을 기대하는 건 당연히 무리다. 신상우 신임 총재가 구단주로 18년의 세월을 닦은 끝에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된 버드 셀릭이나 두산 베어스 구단주 출신으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박용오 전임 총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신 총재의 태생적 한계다. 셀릭이나 박 전 총재가 아니라면 랜디스처럼 남은 평생을 프로야구를 위해 바칠 준비와 각오는 돼 있을까. 신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역대 총재들이 다 잘 하셨는데 난 좀더 열심히 하고 오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래'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신 총재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뼈를 묻을 각오로 부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KBO 관계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이젠 일생을 야구 발전에 헌신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남은 인생을 오로지 야구를 위해 바칠 각오가 된 인물을 수장으로 모실 때가 됐다. 박용오 전임 총재가 구단주 출신 첫 커미셔너로 그 싹을 틔웠지만 신상우 총재 취임은 이를 여지없이 짓밟아 버렸다. 뒤에서 소리없이 움직여서 신상우 총재를 옹립한 인물이 누구였든 프로야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책임을 머지 않은 훗날 지게 될 것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꽃다발을 주고 받는 전현 KBO 총재./주지영 기자 jj0jj0@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