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컵스 컨벤션'의 추억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6.01.13 11: 53

해마다 이맘 때쯤 열리는 컵스 컨벤션(Cubs Convention)은 참가 인원이 1만 5000명을 넘을 만큼 규모가 큰 팬 행사다.시카고 컵스에서 뛴 전현직 스타 플레이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시카고 중심가 호텔에서 펼쳐지는 컨벤션은 밀려드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최희섭도 컵스 시절 이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초청장을 받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2001년 첫 해였다. 2001년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출장 경력이 없는 순수 마이너리거로는 유일하게 컵스 컨벤션에 초대됐다. 행사 이틀째 컵스의 최고 유망주들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최희섭은 외야수 코리 페터슨, 좌완 투수 윌 오먼과 함께 팬들 앞에 나섰다. 소개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자 유독 최희섭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그 때부터 '희삽초이'로 불려온 최희섭은 "미국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는가" 라는 한 팬의 질문을 잘못 알아들어 "내 닉네임은 트리킬러(마이너리그 시절 방망이를 하도 많이 부러뜨려 붙은 별명)"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스테이크를 좋아해 별명이 스테이크맨이라는데 맞냐"는 한 어린이 팬의 질문에 최희섭이 "미국 와서 2년 동안 스테이크를 한 500개는 먹은 것 같다"고 답하자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술렁이던 팬들은 최희섭이 서투른 영어로 "나는 야구가 좋다. 훌륭한 선수들과 코치들, 감독들과 함께 미국에서 야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자 일순 숙연해졌다.그리고 잠시 후 박수가 터져나왔다."최희섭이 올 시즌은 트리플A에서 시작하겠지만 빠르면 오는 8월 메이저리그에 합류할 것"이라는 짐 헨드리 부단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올해도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컵스 컨벤션이 열린다. 데릭 리와 카를로스 삼브라노, 후안 피에르 등 선수들이 대거 출연할 컨벤션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모두 동이 났다. 라인 샌버그와 퍼지 젠킨스, 어니 뱅크스 등 컵스에서 뛴 명예의 전당 회원들도 총출동하는 만큼 컵스 팬들에게는 최고의 축제의 장이다. 컵스 홈페이지는 컨벤션에 초대받은 선수들 중 윌 오먼은 부인이 쌍둥이를 낳아 참석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먼은 여전히 컵스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5년 전 그와 함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팬들 앞에 섰던 최희섭과 페터슨은 더 이상 컵스에 없다. 최희섭은 지난 2004년 일찌감치 플로리다로 떠났고 페터슨도 며칠 전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됐다. 플로리다를 거쳐 세 번째 팀 LA 다저스에 몸담고 있는 최희섭은 다가올 스프링캠프에서 방출이냐 잔류냐를 놓고 생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최고 유망주로 주목받던 컵스 시절 컨벤션에 참석했던 일은 그저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하지만 그 때 했던 "미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희섭이 초발심으로 다시 일어서길 바랄 뿐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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