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명맥조차 끊길 위기인 프로씨름 얘기다. 지난 2004년 가을 LG증권 씨름단이 해체를 결정하자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LG그룹 최고위층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까지 지낸 현직 장관이 재고를 부탁했지만 "씨름이 디지털 시대에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LG 씨름단은 사라졌고 최홍만은 K-1 격투가로 변신했다. 다음은 프로배구. 위기에 처한 배구를 살리겠노라 지난해 겨울 프로리그를 출범한 배구계는 한국배구연맹(KOVO)을 이끌 수장으로 열린우리당 핵심 실세 김혁규 의원을 영입했다. 배구계 오랜 숙원이자 프로배구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생팀 창단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김 총재는 바쁜 의정 일정을 쪼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백방으로 뛰었지만 1년 넘도록 창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시민구단 창단을 적극 검토했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시 의회의 반대를 이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인은 여전히 스포츠를 자신들의 뒷마당 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스포츠도 이제 더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여권 실세나 거물 정치인이 수장이라고 공무원이나 기업이 힘없이 고개를 숙이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씨름과 배구에서 증명이 됐듯 정치인의 영향력이 별 힘을 못 쓰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하기 십상인 게 요즘 스포츠 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선임된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은 지난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돔구장 건설과 지방 낙후구장 개축 등을 거론하면서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가 중요하다"는 말을 서너 번이나 되풀이했다. 프로야구가 시설 개선이라는 대명제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업 등의 협조를 두루 얻어내야 한다는 건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칠순의 노정객이 마지막 불꽃을 살라 이를 이뤄낸다면 야구계 모든 이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다만 앞서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후배 정치인들이 여지없이 고배를 마셨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