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연승 행진은 외국인 선수 숀 루니(24)가 만들어낸 것이다. 206cm의 장신에서 뿜어나오는 공격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상대 선수들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고 표현할 만큼 가공할 만하다. 국내 프로배구 코트를 휘젓던 루니가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 삼성화재 고희진(26)이다.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진 2005~2006 KT&G V-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고희진은 루니를 맨투맨으로 봉쇄하며 13득점으로 묶어 현대캐피탈의 16연승을 저지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신선호 김상우에 가려 백업에 머물던 고희진은 지난 14일 LG화재전에서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해 빠진 김상우를 대신해 모처럼 풀타임 출장했다가 큰 일을 냈다. 블로킹 6개를 잡아낸 가운데 승패의 갈림길이 된 3세트와 4세트에서 각각 한 차례씩 루니를 가로막은 게 결정적이었다. 루니의 고공 강타의 위력을 떨어뜨리는 유효 블로킹도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지난 2,3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각각 팀 내 최다인 18점과 23점을 뽑아내며 연승을 이끌었던 루니는 고희진의 찰거머리 마크에 눈에 띄게 위력이 떨어졌고 결국 풀타임 출장하고도 13득점에 그쳤다. 루니는 공격 성공률도 30%에 그쳤다. 고희진의 대활약으로 1세트를 내주고도 세트 스코어 3-1의 역전승을 따낸 신치용 감독은 경기후 "고희진이 점프가 좋아 우리 팀에서 블로킹은 가장 좋은 선수"라며 "고희진에게 루니를 맡으라고 지시하고 신선호와 자리를 바꿔 기용했는데 처음 쓴 카드가 적중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김상우가 2주 정도 결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복귀하더라도) 김상우와 신선호 둘 중 하나가 후보"라며 고희진을 극찬했다. 입단 4년차인 고희진은 "감독님이 나를 믿고 루니를 잡으라는 임무를 주셔서 너무 기뻤다"며 "집사람(강수연씨)이 임신 3개월인데 오늘 경기장에 나왔다. 집사람과 아이를 생각하며 즐겁게 뛰었다. 입단후 최고의 게임이었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속공이나 블로킹을 성공시킬 때마다 겅중겅중 뛰어오르는 역동적인 세리머니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고희진은 "항상 즐겁게 경기하려고 노력한다. 올시즌 우리가 현대캐피탈의 뒤를 쫓고 있지만 편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준비해 마지막에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루니가 타점이 높긴 하지만 코트 안에 꽂으려면 어차피 (공이) 아래로 내려올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타 군단 삼성화재에서 벤치를 지켜온 고희진은 "삼성화재 입단할 때부터 '기회는 준비된 자를 선호한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다"며 "주전 경쟁을 통해 형들이 더 분발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이종민 기자 mini@osen.co.co.kr 고희진/삼성화재 제공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