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은 분명 성급하지만 나름의 근거가 있다. 화이트삭스는 오프시즌 들어 폴 코너코와 재계약에 성공하고 짐 토미를 영입하는 등 타선을 보강한 데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마운드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등 알차게 전력을 재편했다.
ESPN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는 이를 기록으로 풀어 입증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선발 투수 4명이 200이닝 이상 던진 유일한 팀이 바로 화이트삭스다. 마크 벌리-존 갈랜드-호세 콘트레라스-프레디 가르시아로 이어진 로테이션은 클리블랜드의 막판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지구 선두를 지켜낸 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선 전례가 없는 4경기 연속 완투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화이트삭스는 이들 4명에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 그렇지 않아도 두터운 선발진을 더욱 강화했다. 바스케스는 지난해 애리조나에서 11승 15패 방어율 4.42에 그쳤지만 브랜든 웹(229이닝) 다음으로 많은 222이닝을 던졌다. 올란도 에르난데스와 불펜 요원 루이스 비스카이노, 외야수 유망주 크리스 영 등 세 명을 내주고 받은 바스케스로 화이트삭스는 선발 투수 5명 모두 직전 시즌 200이닝 이상 던진 '이닝 이터(inning eater)'로 채우게 됐다.
화이트삭스 다음으로 많은 이닝이터를 보유한 팀은 클리블랜드와 오클랜드다. 클리블랜드는 기존의 클리프 리, 제이크 웨스트브룩에 폴 버드와 제이슨 존슨을 영입, 지난해 200이닝을 넘긴 4명을 로테이션에 채워넣었다.
C.C. 사바티아가 지난해 200이닝 가까운 196⅔이닝 던진 걸 감안하면 오래 던지는 능력으론 화이트삭스에 버금가는 선발 투수진을 구축한 셈이다. 케빈 밀우드(텍사스)의 공백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오클랜드도 기존의 배리 지토, 대니 해런, 조 블랜튼에 에스테반 로아이사를 영입해 4명의 200이닝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빌리 빈 단장이 로아이사에게 3년간 2137만 달러를 투자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목적은 분명했던 셈이다.
지난해 200이닝을 던진 이닝이터를 3명 보유한 팀은 세인트루이스(마크 멀더, 크리스 카펜터, 제이슨 마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A.J. 버넷, 구스타보 차신, 조시 타워스) 두 팀이다. 세인트루이스는 기존 멤버 그대로지만 토론토는 버넷의 영입으로 선발 마운드를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신인왕급 활약을 펼친 차신이 2년차 징크스를 무난히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가 부상에서 복귀할 것으로 보여 자못 기대된다. 할러데이는 2004년 어깨 부상, 지난해는 케빈 멘치의 타구에 맞는 불운으로 2년 연속 150이닝에도 못 미쳤지만 2002년 239⅓이닝,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2003년엔 266이닝을 던진 타고난 이닝이터다. 266이닝은 2000년대 들어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다 이닝 기록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이닝 이터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스타크는 한 시즌 선발 투수 5명이 200이닝을 넘긴 마지막 팀인 1980년 오클랜드가 83승 79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캔자스시티에 14게임나 뒤졌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과거의 성적이 미래의 실적을 담보하지 못하듯 선발투수의 어깨에 쌓인 '마일리지'는 오히려 다가올 시즌 부진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그래도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막아주는 것만큼 확실한 승리 보증수표도 드물다.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최근 5년간 한 시즌 200이닝 넘게 던진 투수를 3명 이상 보유한 17개팀 중 12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7개 팀 모두 승률 5할을 넘긴 가운데 이들 팀의 시즌 평균 승수는 92승에 달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2000년대 이후 최다 투구 횟수 10걸
①리반 에르난데스(워싱턴) 1417⅓이닝
②랜디 존슨(뉴욕 양키스) 1343⅔이닝
③그렉 매덕스(시카고 컵스) 1337⅔이닝
④바르톨로 콜론(LA 에인절스) 1316⅓이닝
⑤하비에르 바스케스(시카고 W) 1316이닝
⑥팀 허드슨(애틀랜타) 1296⅓이닝
⑦톰 글래빈(뉴욕 메츠) 1292이닝
⑧로저 클레멘스(-) 1245이닝
⑨마이크 무시나(뉴욕 양키스) 1239이닝
⑩제프 위버(-) 1233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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