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이터 왕국' 화이트삭스, 올해도 순항할까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6.01.31 13: 17

지난해 8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오래 가는' 선발 투수진이다. 타고난 이닝 이터 마크 벌리(241⅔이닝)를 필두로 프레디 가르시아(228이닝) 존 갈랜드(221이닝) 호세 콘트레라스(204⅔이닝) 등 지난해 선발 투수진 중 4명이나 200이닝을 넘겼다.
화이트삭스는 갈랜드와 장기 계약(3년간 2900만 달러)을 한 것도 모자라 올랜도 에르난데스를 내주고 지난해 애리조나에서 220이닝을 던진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 올 시즌 예상 로테이션 전원을 200이닝 이상 투구한 이닝이터로 채웠다. 루키 시즌인 지난해 3승 2패 방어율 4.03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브랜든 매카시도 현재로선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케니 윌리엄스 단장이 이처럼 만족을 모르고 마운드에 '집착'하는 이유를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지난해 과도한 투구횟수 소화의 후유증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화이트삭스 선발진은 지난해 LA에인절스와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4경기 연속 완투승 등 5게임에서 단 ⅔이닝만 빼고 44⅓이닝을 던진 데 이어 휴스턴과 월드시리즈에서도 4경기 연속 7이닝을 던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포스트시즌 등판까지 치면 벌리는 지난해 무려 265이닝을 던졌고 가르시아는 249이닝을 던져 양 리그를 통틀어 투구횟수 1위인 리반 에르난데스(워싱턴, 246⅓이닝)보다 노동량이 많았다. 갈랜드는 238이닝, 콘트레라스도 236⅔이닝을 던져 4명의 투수 모두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해냈다.
240이닝은 강철 어깨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계치에 가까운 투구횟수다.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에서 2000년대 들어 240이닝 이상(페넌트레이스 기준) 던진 투수 15명의 다음 시즌 추이를 살펴보면 화이트삭스의 올 시즌이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40이닝 이상 던진 경우는 모두 15차례 있었다. 해당 시즌 평균 250이닝을 던진 이들 투수들은 바로 다음해 평균 213⅔이닝으로 36이닝이나 투구횟수가 줄었다. 방어율도 평균 3.20에서 3.64로 0.44 높아졌다. 이듬해 의도적으로 쉬어갔든 부상을 당했든 모든 요인이 다 반영된 평균치다.
36이닝이면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준으로 6차례 선발에 해당하는 이닝이다. 지난해 240이닝을 넘긴 벌리와 가르시아는 물론 240이닝에 근접한 갈랜드, 콘트라레스까지 각각 6번의 QS를 잃는다면 그 결과는 실로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방어율 역시 지난해 선발 방어율 3.75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던 화이트삭스가 리그 6위인 토론토(4.20) 수준까지 뒷걸음질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240이닝을 던졌다고 해서 화이트삭스 선발진 4명이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릴 거라고 보는 건 극단적인 가정 같아보인다. 그러나 과거 기록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00년대 들어 240이닝 이상을 던지고도 이듬해 투구횟수나 방어율이 내리막을 타지 않은 투수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존 리버와 벌리, 그리고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다. 특히 존슨은 2000년 248⅔이닝→2001년 249⅔이닝(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하면 무려 291이닝)→2002년 260이닝으로 3년 연속 240이닝을 넘기고도 방어율은 2000년 2.64→2001년 2.49→2002년 2.32로 해마다 낮추는 대단한 괴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천하의 존슨도 2003년은 결국 114이닝 투구, 방어율 4.26으로 주저앉았다.
화이트삭스가 또 다른 이닝이터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한 것은 사치가 아니라 지난해 무리한 선발투수들이 내리막을 타 불펜에 부담이 가중되고 로테이션 자체가 흔들릴 위기를 막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바스케스로도 막지 못할 경우 브랜든 매카시는 최후의 조커가 될 수 있다.
모두들 월드시리즈 2연패가 가능할 거라고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화이트삭스의 2006시즌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시즌 24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의 다음 시즌 변화(투구이닝, 방어율)
2000년 톰 글래빈=241이닝 3.40 → 219⅓이닝 3.57
2000년 리반 에르난데스=240이닝 3.75 → 226⅔이닝 5.24
2000년 랜디 존슨=248⅔이닝 2.64 → 249⅔이닝 2.49 *
2000년 그렉 매덕스=249⅔이닝 3.00 → 233이닝 3.05
2000년 존 리버=251이닝 4.41 → 232⅔이닝 3.80 *
2001년 랜디 존슨=249⅔이닝 2.49 → 260이닝 2.32 *
2001년 커트 실링=256⅔이닝 2.93 → 259⅓이닝 3.23 *
2002년 랜디 존슨=260이닝 2.32 → 114이닝 4.26
2002년 커트 실링=259⅓이닝 3.23 → 168이닝 2.95 *
2003년 로이 할러데이=266이닝 3.25 → 133이닝 4.20
2003년 바르톨로 콜론=242이닝 3.87 → 208⅔이닝 5.01
2003년 팀 허드슨=240이닝 2.70 → 188⅔이닝 3.53
2004년 랜디 존슨=245⅔이닝 2.60 → 225⅔이닝 3.79
2004년 리반 에르난데스=255이닝 3.60 → 246⅔이닝 3.98
2004년 마크 벌리=245⅓이닝 3.89 → 236⅔이닝 3.12 *
*는 이듬해 투구횟수가 늘거나 방어율이 낮아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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