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오프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는 테오 엡스타인 단장 퇴진과 복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플로리다발 '폭탄 세일'에서 조시 베켓이라는 월척을 건졌고 J.T. 스노-마크 로레타-알렉스 곤살레스-마이크 로웰로 이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내야 라인업을 구성했다. 자니 데이먼이 뉴욕 양키스로 떠나면서 생긴 중견수-톱타자의 큰 구멍도 코코 크리스프라는 획득 가능한 최고의 대안으로 메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4년간 4000만 달러에 영입한 에드가 렌테리아를 불과 1년만에 그것도 800만 달러의 웃돈을 얹어주고 애틀랜타에 넘겨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핸리 라미레스와 애틀랜타에서 받은 앤디 마르테 등 유망주들도 '아낌없이' 써버렸다. 프런트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때론 지나치게 서두르다 때론 지나치게 잘하려 애쓰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눈길을 끄는 부문이 있다. 불펜이다. 월드시리즈 MVP 베켓의 영입으로 커트 실링의 발목 부상 이후 삐걱이던 선발도 한숨을 돌렸지만 최악의 불펜도 소리없이 면모를 일신했다.
보스턴이 이번 오프시즌 영입한 불펜 투수는 루디 시애네스와 훌리안 타바레스, 저메인 반 뷰렌, 데이빗 리스키 등 4명이다. 4명 모두 우완이다. 반면 떠나간 불펜 요원 중 채드 브래드포드와 맷 맨타이에 왼손 투수도 마이크 마이어스와 마이크 스탠튼 등 두 명이 포함돼 있다.
겉보기엔 좌우 균형이 무너진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는 1일(한국시간) 코코 크리스프와 함께 클리블랜드에서 건너온 리스키에게 주목했다. 리스키는 오른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9푼5리로 우타자 상대 성적(.233)보다 월등히 좋았다. 빠른 공과 함께 우투수가 좌타자를 공략하기 좋은 SF볼이 위력을 발휘한 결과다.
리스키에 앞서 영입한 시애네스도 우완이지만 좌타자에게 강점을 가진 투수다. 시애네스는 샌디에이고에서 뛴 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31)이 우타자 상대(.212)보다는 높았지만 방어율은 좌타자 상대(2.45)가 우타자 상대(2.90)보다 낮았다. 좌타자에게 강한 우투수가 두 명이나 포진함에 따라 보스턴은 불펜 전체가 질과 양에서 한 단계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스턴은 키스 포크의 부상과 커트 실링의 마무리 전환 실패 등으로 불과 1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그 좋던 불펜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지난해 보스턴의 불펜 방어율은 무려 5.15로 아메리칸리그 14개팀 중 최악을 기록했다. 양 리그를 통틀어도 애리조나(5.40) 다음으로 나쁜 수치다.
포크와 실링의 책임이 크지만 마이크 스탠튼과 앨런 엠브리, 마이크 렘린저 등 좌완 불펜요원들이 줄줄이 무너진 탓도 컸다. 마이크 마이어스는 그나마 제 몫(방어율 3.13)을 했지만 우타자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철저한 원포인트 릴리프라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보스턴의 좌타자 상대 방어율(4.88)은 우타자 상대 방어율(4.63)과 차이를 보였다.
루디 시애네스와 데이빗 리스키의 가세는 보스턴 불펜을 최소한 AL 최악이라는 구렁텅이에서 건져낼 것으로 보인다. 불뚝 성미로 유명한 훌리안 타바레스가 보스턴의 억센 환경에서 버텨낼 것인지, 키스 포크가 재기에 성공할 것인지 변수가 아직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림이 괜찮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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