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보여줘야 계속 (LA 다저스에) 있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1999년 미국 진출후 8번째, 2002년 메이저리그 데뷔후 5번째 시즌을 위해 2일 출국한 최희섭(27.LA 다저스)은 "올해도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려워질 것"이라며 남 얘기하듯 담담하게 말했다.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입단으로 다가올 스프링캠프에서 '개막 엔트리냐 방출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 만큼 목표 홈런 갯수와 타점을 말하던 예년의 출국 인터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의 올시즌 운명은 타격 폼 수정의 성패에 달려있다. 최희섭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LA에서 레지 스미스 전 다저스 타격코치에게 '개인 과외'를 받으면서 "홈플레이트보다 투수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서 공이 빠져나가기 전에 배트를 내고 오른 발끝을 유격수 쪽으로 고정해 살짝 오픈 스탠스를 취하라"는 결정적인 지적을 받았다. 스미스의 충고에서 최희섭은 바깥쪽 낮게 달아나는 공에 무방비로 당하면서 몸이 자꾸 가운데로 쏠려 몸쪽으로 붙는 공에도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한 '이중의 어둠'에서 탈출할 한 갈래 빛을 봤다. 지난해 말 귀국 후에도 스미스의 지적을 금과옥조로 삼고 오로지 타석 위치와 발 모양을 신경쓰며 서울고에서 개인 훈련을 해왔다. 아직 실전 배팅으로 검증하진 못했지만 최희섭은 상당히 만족하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최희섭은 "폼 자체가 편안하고 무리한 부분이 없어져서 스윙이 편해졌다. 한번에 힘을 쓸 수 있는 스윙이 된 것 같다"며 "다저스 타격코치나 감독님에게 내가 지금 하는 좋은 스윙 폼을 보여드리고 싶다. 보시면 그 분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최희섭과 8년간 동고동락한 에이전트 이치훈씨는 "지난해 최희섭은 아웃코스는 아웃코스 대로 약하고 인코스는 크로스 스탠스가 되서 그야말로 죽음이었다"며 "타석 위치와 스탠스 수정으로 스카우팅 리포트에 지적된 약점은 거의 다 보완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동안 최희섭이 지나치게 공을 고른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지금까지는 적극적으로 칠 수 있는 공 자체가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략할 수 있는 공의 폭이 넓어져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새 타격폼의 성공을 자신했다. 4년 전 최희섭은 한국인 타자에겐 한번도 열린 적이 없는 메이저리그의 벽을 처음으로 허무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새로운 벽에 막혀 좀처럼 앞으로 내닫지 못하고 있다. 최희섭이 겨우내 갈고 닦은 새로운 타격폼으로 또 한번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인천공항=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