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 쇼월터 텍사스 감독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령탑이던 지난 1999년 얘기다. 쇼월터 감독은 갓 입단한 김병현에게 "한국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딱 한 명 있다. 해태 타이거즈 유격수 이종범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치로보다는 이종범이 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타입이다.한 시즌에 홈런을 고작 열개 정도 치는 이치로와 달리 이종범은 파워까지 갖추고 있다"는 게 애리조나 창단 감독으로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일본을 자주 방문했던 쇼월터 감독의 당시 평가였다. 당시 이종범은 해태에서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로 옮긴 뒤였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야구 천재'로 불렸던 그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낼 지 지켜볼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다. 야구 팬들 이상으로 아쉬움이 컸을 이종범(36)은 다음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고대하고 있다. 1라운드를 통과해 2라운드에 진출하면 전원 메이저리거로 구성될 미국과 맞붙게 되기 때문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종범도 정점을 넘어 아래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슴 속에 접어뒀던 아쉬움과 궁금증을 풀 마지막 기회다. 내친 김에 선동렬까지 메이저리거 타자들과 붙어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아쉽게도 선동렬은 대표팀 선수가 아닌 투수코치로 이번 WBC에 나선다. 이종범은 그래도 행운아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에서 기아 선수들과 훈련중인 이종범은 최근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WBC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본선에 진출해 미국과 꼭 겨뤄보고 싶다"고 밝혔다. 소속팀과 WBC 대표팀 모두 주장을 맡고 있는 이종범은 "팀 후배들에게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자'는 말을 했다. 팀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 목표의식을 갖자는 부탁이었다"며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 얘기를 하고 싶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인이 해냈다는 생각을 전 세계 사람들이 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개인적인 목표는 미국 등 남미야구와 한번 겨뤄 자웅을 가려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본선(2라운드)에 진출해야 한다. 우리 대표팀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1시간 늘려 하루 6시간씩 훈련하고 있다"는 이종범은 "작년보다 2주 정도 빠른 페이스다. 오는 18일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는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플로리다 지역 방송과 인터뷰하는 이종범=기아 타이거즈 제공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