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0)이 지난 8일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한국이 낳은 위대한 재일동포 야구인 장훈 씨(66)로부터 격려와 함께 기술적인 조언을 받았다. 야구팬들에게는 흐믓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의 일본 진출 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오해로 시작됐다. 일본 진출 첫 해이던 2004년 4월 이승엽은 니혼햄 파이터스와 원정경기를 치르러 도쿄돔으로 이동했다. 과 TBS TV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던 장훈 씨가 때맞춰 도쿄돔을 찾았다. 당시 장훈 씨는 그라운드로 내려와 배팅케이지 뒤에서 이승엽이 프리배팅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타격 훈련을 마친 이승엽이 한국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인 장훈 씨를 보고 목례를 한 뒤 그냥 원정팀 라커룸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장훈 씨 역시 이승엽이 타격을 마치자 다시 스탠드로 올라갔다. 한 달 뒤 장훈 씨는 한국을 방문했다. 이승엽이 2군으로 내려가 있던 시기였다. 장훈 씨는 이승엽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조언을 하면서 “나에게 물어보면 알려 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도쿄돔에서 어색한 조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장훈 씨의 심기가 불편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던 어조였다. 장훈 씨의 발언이 나온 후 이승엽은 “(도쿄돔에서 만났을 때)나도 어쩔 수 없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대선배 앞에 가기가 어려웠다. 오해는 하지 마셨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워낙 나이차가 많고 일본에서 이뤄놓은 업적이 뛰어난 장훈 씨 앞에 스스로 나서는 것이 건방져 보일 수 있어 인사만 했다는 설명이었다. 둘 사이의 오해는 이듬해 롯데 마린스로 김성근 코치가 가면서 풀리게 됐다. 2005년 5월 이번에는 요미우리와 인터리그를 위해 도쿄돔 원정에 오른 이승엽이 김성근 코치와 함께 장훈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한 달쯤 지난 6월 7일 롯데 마린스가 요미우리와 홈경기를 치를 때 장훈 씨는 시구자로 나섰다. 장훈 씨는 지난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서는 롯데 마린스-삼성 라이온즈전의 시구를 맡았고 당시 도쿄돔에서 이승엽에게 타격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이승엽이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것과 반대로 장훈 씨는 1976년부터 4년간 요미우리에서 뛴 다음 1980년 롯데(당시는 롯데 오리온스)로 이적했다. 장훈 씨는 요미우리 이적 첫 해인 1976년 타격 2위(.355)에 오르며 팀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다음 해에도 타격 2위(.348)를 차지했다. 요미우리에서 4년 동안 3할2푼8리의 기록을 남겼다. 일본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안타(3085안타) 기록 보유자답게 30대 중반을 넘어서 활약한 요미우리에서도 특유의 '광각 타법'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대선배 장훈 씨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이승엽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지난해 코나미컵 때 도쿄돔에서 이승엽과 만난 장훈 씨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