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폼 바꾼 최희섭, '초구 강점' 지켜낼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6.02.12 13: 37

스플릿핑거 패스트볼(SF볼)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로저 크레이그 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초구 공략의 중요성을 '타율 1할'로 설명했다. 크레이그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은 투수가 던지는 초구다. 3할5푼을 치는 타자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놓친다면 그 다음부터는 2할5푼 타자가 된다"고 말했다. 초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투수에게도 타자에게도 초구는 중요하지만 특히 타자는 초구를 놓치면 절대 불리한 구석으로 몰리게 된다. 스트라이크는 3개, 볼은 4개가 들어와야 타석이 끝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공격하는 팀보다는 수비하는 팀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다가올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LA 다저스 잔류냐 또 다시 보따리를 싸느냐를 놓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일 최희섭(27)이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도 초구다. 2002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희섭은 한 번도 시즌 타율 2할7푼을 넘기지 못했지만 초구 공략 성공률은 썩 괜찮았다. 2002년 .429, 2003년 .375, 2004년 .327에 이어 지난해도 초구 공략시 타율 .386로 시즌 타율(.253)을 크게 웃돌았다. OPS도 초구 공략시 무려 1.163(출루율 .413+장타율 .750)을 기록, 전체 볼카운트 중 1-3볼일 때(1.493) 다음으로 좋았다. 그러나 카운트가 1-3일 때 올린 타점이 1개(13타수)에 불과한 반면 초구 공략시엔 44타수에서 12타점을 올려 영양가에선 비교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주자 있을 때 타율 .241, 득점권 타율 .203에 그치며 팀 기여도가 낮다는 평을 들은 최희섭으로선 초구 공략이 살 길임은 분명하다. 최희섭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부터 타석에서 투수판 쪽으로 한 발 당겨 서도록 타석 위치를 바꿔 훈련해왔다. 패스트볼이든 변화구든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공에 노출해 온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공이 휘어져 나가기 전에 공략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투수 쪽으로 당겨 서면 상대적으로 빠른 볼에는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최희섭이 타석 위치를 조정했다는 건 시범경기 몇 게임만 뛰어도 파악되기 마련이고 상대 투수들이 변화구보다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어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구력 좋은 투수라면 최희섭에게 초구에 몸쪽으로 빠른 공을 찔러넣어 기선을 제압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타석 위치 조정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희섭이 발 모양을 클로스에서 오픈 스탠스(오른발을 1루 쪽으로 벌리는 모양)로 바꾸기로 한 것도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최희섭은 지난해 전체 320타수 중 44타수에서 초구에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 13.8%의 초구 공략률을 보였다. 이는 내셔널리그 타격왕인 데릭 리(시카고 컵스)의 12.6%나 메이저리그 최강 타자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의 11.1%보다 높은 수치다. 최희섭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는 일면 합당하면서도 조금은 과장된 측면도 있다. 바깥쪽 공에 대한 치명적인 약점을 없애기 위해 투수 쪽으로 다가서기로 한 최희섭은 상대 투수가 역으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빠른 공으로 찌르고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올 시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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