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수왕국' 유지 비결은 '자극'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6.02.12 17: 49

'자극을 통한 경쟁심 유발'. 현대 유니콘스가 지난 1996년 창단 이후 10년간 '투수 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투수 자원이 훌륭했던 것이 제일 큰 요인이다. 정명원 정민태 조규제 조웅천 김수경 임선동 등 창단 초기 멤버에서 조용준 오재영 이동학 등 현재 신예들까지 특급 투수들의 자질을 지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지난 10년간 '투수 왕국'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좋은 투수 자원만으로 '투수왕국'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들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좋은 자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요 공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현대 마운드를 이토록 탄탄하게 유지하며 이끌어온 김시진(48) 투수코치의 비결은 무엇일까.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스프링 캠프에서 젊은 신예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투수 왕국'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쏟고 있는 김시진 코치는 그 비결은 간단하다고 설명한다. 김 코치는 "다른 것은 특별한 게 없다. 한마디로 자극을 통한 투수들간의 경쟁심 유발"이 최고 지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단계별로 투수들이 떨어져 나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성적이 처지는 선수는 일본 전훈 마무리 캠프에는 참가하지 못한 채 귀국 짐보따리를 싸야 한다"면서 "또 우리 팀은 스프링 캠프에서 불펜투구 순서도 구위가 좋은 선수 순서로 운영한다. 이렇게 하면 선후배 투수들간 보이지 않는 불꽃 경쟁이 생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실력 향상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현대는 매년 전지훈련지에 투수진을 가장 많이 데려간다. 다른 팀들이 대개 15명 안팎의 투수들을 전훈지로 데려가는 데 비해 현대는 20명이 넘는 투수들이 전훈 선수단에 포함시킨다. 올해도 재활선수 2명까지 포함해 23명을 플로리다 전훈지에 데려왔다. 이를 위해 1, 2군 포수 및 불펜 포수까지 총출동, 투수들의 투구를 도운다. 이번에도 1, 2군 포수 5명과 불펜 포수 2명 등 총 7명이 전훈지로 와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기에 바쁘다. 이들 포수들도 뒤에서 현대 투수들이 성공하는 데 한 요인이 되는 '도우미들'이다. 이어 오는 24일 일본 후쿠오카로 마무리 훈련을 위해 이동할 때는 재활투수들을 포함해 17명 안팎으로 숫자를 줄인다. 경쟁에서 낙오자가 생기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자극제는 앞서 말한 불펜투구 순서다. 선후배 위계질서가 엄격한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대부분 구단들이 불펜투구 때 선배 투수들이 먼저 마운드에 오르고 후배들은 나중에 투구를 한다. 하지만 현대는 불펜투구에서는 선후배가 없다. 현재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들이 먼저 마운드에 오른다. 이런 운용은 고참 투수들에게는 분발하게 만드는 자극제이고 후배 투수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자극을 통한 경쟁심 유발'의 시스템을 통해 현대는 올해도 신예 투수들을 키워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싹수'가 보이는 신예 선수들이 고참 주축 투수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현대 코칭스태프는 앞으로도 A급으로 성장할 신예 투수들이 풍부하다는 자체 판단으로 이들을 키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현대는 그룹 사세의 약화로 특급 선수들을 타 구단에 넘겨온 열악한 상황에서도 신예 투수들을 끊임없이 발굴해 내며 '투수왕국'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타 구단에 있을 때는 별 볼 일 없던 투수들도 현대로 와서는 빛을 내는 것도 현대의 투수 양성 시스템 덕임을 무시할 수 없다. 임선동 이상렬 황두성 등이 대표적인 '이적 성공사례'다. 브래든턴(미국 플로리다주)=박선양 기자 sun@osen.co.kr 김시진 투수코치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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