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의 시위에는 '뭔가 특별한 구호'가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 1인 반대시위를 벌이는 영화계 스타들이 저마다 개성있는 시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스타들의 1인 시위는 지난 4일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안성기를 필두로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 시작됐다.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강행을 막기위해 스타들이 시위 일선에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동원된 게 '피켓 시위'. 영화인들은 하나같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개방된 공간에서 긴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알리는 도구로 피켓을 선택했다. 피켓에 적힌 문구들은 대부분 배우들이 시위 전날까지 직접 아이디어를 내거나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에 소속된 관계자들이 모여 상의해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위자로 나서는 영화인과 관련된 영화제목을 이용, 문구를 쓴 것들이 눈에 띈다. 지난 6일 장동건은 '스크린쿼터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오.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다음 날 최민식은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올드보이도 없습니다', 10일 강혜정은 '스크린쿼터는 전세계의 동막골입니다. 지켜주세요', 11일 이준익 감독은 '스크린쿼터가 왕의 남자를 만들었습니다'라고 피켓에 적어 1인 시위를 벌였다. 특이한 점은 문구에 언급된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에 당위성으로 거론된다는 사실. 1174만 관객의 나 800만 관객의 그리고 최근 개봉 45일만에 1000만 관객을 뛰어넘은 등은 할리우드 거대자본과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며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입증한 영화들이다. 그만큼 영화인들의 1인 시위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53%만이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축소 방침에 찬성표를 던진 의견은 34%, 모르겠다는 응답은 14%였다. 이를 의식한 듯 이준익 감독은 시위현장에서 "스크린쿼터란 좋은 제도가 경제논리에 의해 축소된다면 왕의 남자 같은 영화를 만들 환경이 어렵다. 과연 어떤 투자자가 눈에 보이는 흥행 요소가 없는 영화에 과감히 투자하겠느냐"며 단순히 결과론적인 관객수로 한국영화가 튼튼하다는 섣부른 판단을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래서 이들의 문구는 일반적인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을 해라'와 같은 명령조의 강한 글귀보다, 한 발 물러나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준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스크린쿼터를 지켜주세요'라고 했다. 또 박해일은 '스크린쿼터가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지키는 든든한 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 '부드럽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 카드를 사전에 꺼낸 정부. 이에 반발해 스크린쿼터 사수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영화인들. 그리고 이 사이에서 신중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 과연 영화인들이 피켓에 적은 바람이 국민에게 전달되어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강성곤 기자 sunggon@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