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웰-기드리, 두 초보 투수코치의 '도전'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6.02.20 11: 58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뉴욕 양키스의 2006시즌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동부지구에서 애틀랜타는 올 시즌 15연속, 양키스는 9연속 지구 우승에 도전하게 된다. 두 팀은 10년 넘게 팀 마운드를 이끌며 지구 최강자로 군림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투수코치를 새 얼굴로 바꿔 시즌을 맞는다.
애틀랜타가 14시즌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차지한 비결은 대단한 비밀이 아니다. 14시즌 중 12차례나 팀 방어율 리그 1위 또는 2위를 기록한 튼튼한 마운드가 애틀랜타의 힘이다. 그 뒤엔 1990년부터 16년간 투수코치를 맡아온 레오 마조니가 있었다.
지난해 말 마조니가 친구인 샘 펄로조 감독을 돕기 위해 볼티모어로 떠난 뒤 애틀랜타는 전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메이저리그 지도자 경력이 단 하루도 없는 로저 맥도웰(46)을 후임 투수코치로 임명한 것. 2002년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코치에 데뷔한 뒤 최근 2년간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에서 투수코치를 지낸 게 그의 경력의 전부다.
전임 마조니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존 슈어홀츠 단장과 바비 콕스 감독의 기대는 대단하다. 슈어홀츠 단장은 마조니가 사임한 뒤 무려 23명의 후보군이 늘어섰지만 단 8일만에 맥도웰을 임명했다. 슈어홀츠와 일심동체나 다름없는 콕스 감독도 "현역 시절 선발과 구원 투수로 모두 뛰어본 데다 어깨 부상을 당한 경험까지 있어 우리 투수들이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며 맥도웰의 선임을 반겼다.
맥도웰은 LA 다저스와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등에서 보낸 현역 시절 부진한 팀 타선에 불을 지핀다며 배트 보관대에 폭죽을 터뜨리거나 동료들의 신발에 화약을 매달아 불을 붙이는 등 온갖 기발한 장난을 일삼아 메이저리그 최고의 장난꾸러기로 불렸던 주인공이다. 하지만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누구보다 진지했고 뉴욕 메츠에서 뛴 1986년엔 월드시리즈 7차전 승리 투수가 됐을 만큼 경험도 풍부하다.
마조니가 상대 타자가 누구이든 초구 바깥쪽 낮은 공 승부를 강요하는 등 '도그마'가 강했다면 슈어홀츠 단장과 콕스 감독은 맥도웰에게 좀더 부드러운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맥도웰은 "선발과 셋업은 물론 마무리와 패전처리까지 현역 시절 안 해본 게 없다"며 융통성 있게 투수들을 지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마조니의 빈 자리를 메우는 것 말고도 맥도웰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아 보인다. 가장 큰 짐은 역시 마조니가 16년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떠난 마무리 부재다. 지난해 애틀랜타의 팀 방어율은 3.68로 내셔널리그 6위였지만 불펜 방어율은 4.74로 16개팀 중 12위에 그쳤다.
상황은 올해도 썩 좋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해 댄 콜브-크리스 리츠마의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마무리 카일 판스워스가 양키스로 떠나면서 다시 리츠마에게 소방수 임무를 맡겨야할 판이다. 리츠마는 지난해 15세이브를 하면서 무려 9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마이크 햄튼이 시즌을 통째로 결장할 선발진도 꾸려가기가 만만치 않다. 존 스몰츠-팀 허드슨의 강력한 쌍두마차가 있지만 고질적인 부상 경력이 있는 허드슨이 불안하다. 선발이나 불펜이나 카일 데이비스와 블레인 보이어, 매케이 맥브라이드, 조이 드바인 등 루키와 신예급 선수들에 크게 의존해야할 상황이다.
양키스 투수코치로 선임된 론 기드리(56)도 맥도웰 만큼이나 큰 도전에 직면했다.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구단주에 부임한 이래 양키스는 33년간 18명이 들고날 만큼 투수코치를 자주 갈아치웠지만 전임 멜 스토틀마이어는 조 토리 감독과 지난해까지 10년이나 호흡을 맞춰왔다. 반면 기드리는 스프링캠프에서 인스트럭터로 양키스 선수들을 지도한 게 전부로 메이저리그는 커녕 마이너리그에서도 코치 경력이 전혀 없다.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 붕괴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낸 양키스는 올 시즌 선발 대신 불펜을 대폭 보강하는 쪽을 택했다. 톰 고든이 떠난 대신 판스워스와 옥타비오 도텔을 영입했고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론 빌론과 마이크 마이어스를 데려왔다.
마리아노 리베라를 빼곤 새롭게 구성된 불펜도 미지수지만 선발진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험난한 과제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칼 파바노, 재럿 라이트에 베테랑 랜디 존슨, 마이크 무시나도 부상 위험을 안고 있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지난해 깜짝 활약을 한 애런 스몰과 왕젠밍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것도 초보 코치에겐 힘겨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기드리의 가장 큰 힘은 화려했던 현역 시절에서 뿜어나오는 강력한 후광이다. 기드리는 1977~1978년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끄는 등 14년간 오로지 줄무니 유니폼 하나만을 입고 뛰어 전통을 중시하는 양키스에서 선수들에게 존경 받는 인물이다.
은퇴한 지 18년만에 코치로 현장에 복귀하게 된 기드리는 "수술을 받거나 부상을 당한 선수가 아니라면 투구폼에 손을 대지 않겠다"며 최소한의 조언자 역할에 그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기드리는 또 "투수코치는 인생의 죽고사는 문제만큼 심각한 일이 아니다"며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에게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잘라라. 절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통크게 선언하기까지 했다.
'인간 메트로놈' 마조니가 없는 애틀랜타, 인심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스토틀마이어가 없는 양키스는 허전하겠지만 맥도웰과 기드리의 '대단한 도전'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울 것 같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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