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순위 집계, '이대로 좋은가?'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6.02.22 07: 31

지난 21일자(현지시간) 미국 유일의 전국 일간지인 USA 투데이의 토리노 동계올림픽 특집 스포츠 섹션 1면에는 각국의 메달 레이스가 실려 있었다. 맨 위쪽에 자리잡은 독일(금 7 은 7 동 4, 합계 18)을 비롯 노르웨이(금 2 은 7 동 8, 합계 17) 오스트리아(금 7 은 5 동 3, 합계15) 미국(금 7 은 5 동 3, 합계 15) 순으로 소개됐다. 한국은 스위스(금 2 은 2 동 4, 합계 8)에 이어 8번째(금 3 은 3 동 1, 합계7)다. 하지만 같은 날 한국 언론에 실린 국가별 메달 순위는 이렇지 않아 1위 독일을 시작으로 공동 2위 오스트리아-미국, 4위 러시아, 5위 캐나다, 6위 한국 순이다. 순위를 뜻하는 숫자가 없이 전체 메달 수를 기본으로 같을 경우 금ㆍ은ㆍ동 순으로, 이마저 같으면 알파벳 순으로 나열한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과 달리 한국 언론들은 각국의 순위가 1위부터 차례로 매겨져 있는 것은 물론 금메달의 갯수 차이가 순위의 기본이다. 물론 토리노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www.torino2006.org)도 금메달수를 우선으로 삼되 총 메달수에 의한 랭킹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메달 집계 순위표를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뿐 아니라 세계적인 통신사들 또한 이미 오래 전부터 올림픽에서 메달 집계를 총 메달수 기준으로 해왔다. 스포츠가 단순히 각 나라 또는 선수가 갖고 있는 실력을 평가하는 장을 넘어선 지는 오래됐다. 어떤 측면에서는 또 다른 전쟁의 느낌을 줄 때도 없지 않다. 자국이 갖고 있는 첨단 과학을 이용, 최고의 장비를 동원하는 등 국력의 우위를 과시하기 일쑤다. 대형 국기를 흔들며 내셔널리즘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스포츠를 스포츠로 생각하자면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식 메달 집계가 훨씬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0.1초 이하의 차이로 가려지는 순위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또 개인이 따낸 금메달 하나가 10여 명이 나서 획득한 은메달이나 동메달보다 훨씬 값지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은메달에 그쳤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선수보다 덜 감동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땀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1위가 4년간 쏟은 땀방울이나 꼴찌가 흘린 땀방울은 모두 똑같다.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반면 인구는 많은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1등만 평가한다. 나눠 가져야 하는 몫이 적다보니 이를 나누는 방법을 단순화해서 서열을 매기고 엄격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주위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모두는 승자가 되도록 교육 받고 길러진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고교를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늘 1등을 꿈꾼다. 사회에 나와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을 경쟁자로 삼아야 한다. 한 번이라도 시험에 탈락하면 인생이 무너지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언제부터인가 가 아니라 또는 라는 주어가 훨씬 자연스럽게 입에 오른다. 하지만 사회는 1등도 있고 꼴찌도 있는 법이다. 또 아주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저마다 가진 솜씨와 재주가 다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축구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잘그리거나 기계 조립을 잘하는 이도 있다. 각자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 저마다의 개성과 분야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조금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우리 식의 올림픽 순위표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승자 독식주의의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시카고=제이 김 통신원 kim@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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