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이 타자 친화적인지 투수 친화적인지가 반드시 투수에게 일방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일지라도 팀 타선과 궁합만 맞으면 투수는 행복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 데릭 로(33.LA 다저스)가 대표적인 예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선발-마무리-선발을 오가는 시행착오 속에서 로는 2002년 로테이션에 정착했고 첫 해 바로 21승(8패, 방어율 2.58)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마무리 투수로는 부적격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만들었던 싱커가 위력을 발한 결과였다. 로는 이듬해인 2003년도 17승(7패)을 따냈지만 방어율이 4.47로 치솟았다.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4년 역시 14승(12패)에 방어율은 무려 5.42로 내리막의 연속. 지난해 보스턴을 떠나 4년간 3600만 달러를 받고 LA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투수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도 그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로는 35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고작 12승(15패)에 그쳤다. 처음 풀타임 선발이 된 2002년부터 21승-17승-14승-12승으로 로의 하락세는 이미 염려스런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로의 성적을 살펴보면 희망도 보인다. 222이닝에서 홈런 28개를 맞아 데뷔 후 최다를 기록한 반면 3.61로 3년 연속 치솟던 방어율을 2점 가까이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로의 지난해 시즌은 소속팀 다저스 만큼이나 순탄치가 못했다. 시즌 개막 후 첫 6경기 방어율 1.96으로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5월부터 시작된 슬럼프가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8월 말부터는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투수판을 밟는 발의 위치를 약간 왼쪽으로 옮기면서 오른쪽 타자 바깥쪽 공략에 대한 감을 되찾은 게 결정적이었다. 보스턴 감독 시절 로의 20승 시즌을 직접 이끌었던 그래디 리틀 다저스 감독은 24일(한국시간) 4월 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시즌 개막전에 "로를 선발 등판시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리틀 감독은 로에 이어 브래드 페니, 오달리스 페레스가 개막 3연전에 이어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의 중책을 맡게 됐다. 리틀 감독은 "로가 개막전 같은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지 잘 알고 있다. 그같은 상황에서도 잘 던지는 것을 봤다"며 보스턴 시절 인연이 개막 선발 결정에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다저스가 2004년 93승 69패에서 지난해 71승 91패로 무려 22게임이나 뒷걸음을 친 건 무려 16명이 DL에 오르는 부상 도미노 때문이었지만 1958년 이후 최악의 팀 방어율 4.38을 기록한 마운드의 책임도 크다. 로가 개막전 승리로 다저스 재건의 선봉이 될 수 있을까. 개막전에 나설 경우 로는 다저스 사상 11번째로 2년 연속 시즌 개막전에 등판하는 투수가 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