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오늘이 가장 좋은 경기를 한 것 같습니다. 남김 없이 100퍼센트 다 털어넣었는데도 처지지 않네요". 김세진(32)이나 신진식(31.이상 삼성화재) 정도 되는 '고수'들은 스스로에게 인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프로배구 두 번째 시즌인 2005~2006 KT&G V리그가 시작된 뒤로 둘은 특히나 자신에게 불만족스런 표정들이었다. 김세진이 시즌 개막 직전 왼쪽 발목 인대를 다치고 신진식이 수술 받은 오른손 엄지가 낫지 않으면서 삼성화재의 쌍포는 불안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화재가 지난 2,3라운드 현대캐피탈에 연패하며 현대캐피탈의 독주를 허용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정작 중요한 플레이오프가 다가오면서 신진식도 김세진도 무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26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펼쳐진 현대캐피탈과 시즌 6번째 대결에서 김세진은 23득점, 공격 성공률 60퍼센트를 기록하며 신진식(19득점.45.95%)과 함께 풀 세트 접전을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김세진은 2세트 잠깐 장병철과 교대해 벤치를 지킨 것 말고는 거의 풀타임을 뛰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4세트까지도 대단했지만 5세트는 유관순 체육관을 찾은 경기 팬들에게 김세진의 여전한 존재 가치를 각인시켰다. 한 세트씩 주고받는 혈전 끝에 맞은 마지막 세트에서 김세진은 시원스런 오픈 스파이크로 세트 첫 포인트를 따낸 걸 시작으로 쉴 틈 없이 오른쪽에서 뛰어올라 혼자서 6점을 뽑아냈다. 5세트 김세진의 공격 성공률은 무려 83.33%. 김세진은 13-7에서 현대캐피탈의 자랑 숀 루니의 왼쪽 공격을 블로킹까지 해내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언제나 자신에게 솔직한 김세진의 표정은 경기 후에도 2시간을 뛰고나온 선수 같지 않게 차분하고 편안했다. "올해 들어서 오늘이 제일 좋은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김세진은 "나이 들어서 아프니까 합병증이 와서 발목 부상 이후 전에 아팠던 곳이 다 아팠다. 밸런스가 깨지면서 집중력까지 틀려졌다"고 그간의 고충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김세진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스스로 "최대한 끌어올려서 도전적으로 플레이했다. 100퍼센트를 다 한 것 같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2세트 잠깐 빼고는 거의 다 뛰었는데 100퍼센트 힘을 다 썼지만 처지지 않았다"며 "후반에 이렇게 컨디션이 올라와서 다행이다. 초반에 좋다가도 중반에 처지면 다시 끌어올리기가 힘든데 계획대로 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이 무서우면 나가 죽어야죠". 진담 섞인 농담을 즐기는 김세진은 "9년 우승을 하면서 거의 대부분 마지막에 현대를 꺾고 우승했다. 현대뿐 아니라 모든 팀이 부담스럽고 지금 현대가 우리보다 전력이 좋지만 현대가 두렵지는 않다"며 "현대캐피탈보다는 나태해질지 모르는 내 자신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프로배구 출범 후 2년, 즉 10번째 우승을 채우고는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김세진은 스스로 평가하기에 100점짜리 경기를 하고도 "은퇴하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세진은 팀 내 정신적 지주 답게 "용병 프리디가 왔지만 삼성화재의 배구는 변함 없이 삼성화재 배구"라며 "프리디가 잘해주고 있지만 부진하면 뒤엔 석진욱이 있다. 프리디가 에이스 노릇을 못해준다면 마지막(챔피언 결정전)에 빠질 수 있다"는 말로 10번째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천안=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