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하늘이시여, 과유불급이옵니다
OSEN U06000057 기자
발행 2006.02.28 08: 40

과유불급이라. 1990년 설립돼 민영방송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SBS가 창사 15년을 넘기면서 오히려 과거 방송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SBS TV 주말극 ‘하늘이시여’(임성한 극본, 이영희 신윤섭 연출)의 제작진은 27일 15회 연장 방송을 결정하고 이를 대중매체 앞에서 공식 확인했다. 이 드라마의 연출자인 이영희 PD는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드라마를 75회까지 연장하기로 해 5월 28일 종영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늘이시여’는 작년 9월 10일 방송을 시작했다. 당초 50회로 기획됐으나 점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자 작년 11월 60회로 연장했고 이번에 다시 75회로 늘어나게 됐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연장방영 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계속 잡아두고 싶은 마음은 제작진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을 생각하면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우선 드라마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하늘이시여’를 끌어온 극적 긴장감은 극중 왕모(이태곤)와 자경(윤정희)이 과연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왕모의 양모인 영선(한혜숙)이 친딸이지만 버려진 채 자란 자경을 며느리로 맞아 못다한 모녀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애틋한 심정이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격정적으로 자극했다. 하지만 27일 언론에 공개된 왕모와 자경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극적 장치 하나는 이미 에너지를 상실한 상태다. 결국 뭔가. 결혼 이후에 발생하는 부수적인 갈등으로 나머지 분량을 채울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스스로 감정의 여운을 가다듬을 기회까지 드라마 제작진들에게 빼앗기는 결과를 강요당하는 셈이다.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연기자들의 온갖 스케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토, 일 주 2회 방송되는 주말드라마가 15회를 연장한다는 것은 무려 한달 보름을 더 끈다는 얘기인데 그 많은 사람들의 장기 계획을 송두리째 흐트러뜨릴 수 있는 것일까. 연기자 중 한둘은 다음 작품을 위해 중도하차 할 테고 연쇄적으로 대본의 억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SBS로서도 편성의 애로가 예상된다. ‘하늘이시여’의 후속작으로 예정돼 있는 ‘내겐 너무 완벽한 그녀’가 한달 반이나 밀려난다. ‘하늘이시여’가 5월 28일 종영되면 후속작은 6월이나 되어야 전파를 탈 수 있다. ‘내겐 너무 완벽한 그녀’는 영화배우 이문식의 드라마 첫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불량주부'의 장태유 PD가 연출을, ‘내 사랑 토람이’의 윤영미 작가가 대본을 맡은 관심작이다. 시청자들의 시청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박선영을 비롯해 홍수아 김준성도 출연이 예정돼 있다. 1991년 일본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101번째 프로포즈’가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각색될 지 궁금하기도 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지금 예정대로 6월에 방송된다면 독일 월드컵의 함성에 묻혀버릴 게 뻔하다. 연장방송이 부를 폐해는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에게 낯선 일도 아니다. 임 작가는 2002년 6월에 시작된 MBC TV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의 경험을 통해 연장방송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당시 ‘인어아가씨’는 당초 계획보다 무려 4개월을 더해 2003년 6월에야 막을 내렸다. 주말극도 아닌 일일극으로 말이다. 급기야 이 드라마는 미디어운동본부가 선정하는 ‘2003 최악의 방송프로그램’에 뽑히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관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보던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춘다. 따라서 긴장감 떨어진 드라마를 억지로 늘리는 행위는 방송국이 확보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맘대로 유린하는, 편성권자의 횡포다. 드라마가 연장방송 된다 하더라도 시청률이 떨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임성한이라는 뛰어난 작가와 이영희라는 대연출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걱정이다. 그만큼 시청자는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 임성한 작가와 이영희 연출가가 다분히 통속적인 소재를 가지고도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4자성어가 주는 교훈은 만고의 진리이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하늘이시여’의 남녀 주인공 이태곤-윤정희의 극중 결혼식 장면. /SBS 제공.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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