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시즌 개막전의 의미는 특별하다. 특히 첫날이라 팀의 승률을 10할 또는 0으로 만들 수 있는 개막전 선발 투수는 대단한 영예이자 에이스의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빅 유닛' 랜디 존슨(43.뉴욕 양키스)이 또 한 번의 개막 선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존슨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양키스 마이너리그 컴플렉스에서 가진 스프링캠프 두 번째 타자 상대 배팅볼 투구에서 67개를 소화해냈다.
존슨의 빠른 공이 유니폼에 스치기도 한 제이슨 지암비는 "슬라이더가 숨겨져 나오면서도 낮게 깔린다. 지금까지 본 존슨의 슬라이더 중 가장 좋다"고 평했다. 존슨 스스로도 "투구 밸런스 같은 것에 신경조차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기분 좋다"고 말했다. 는 존슨을 '조 토리 감독의 발표만 남겨둔 개막전 선발 투수'라고 지칭했다.
존슨에게 개막전 선발 탈락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존슨은 시애틀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양키스 이적 첫 해인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오는 4월 4일 오클랜드전에 등판하면 9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을 기록하게 된다.
1988년 몬트리올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존슨은 1992년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 이래 1996년까지 5년 연속 시애틀의 개막 선발을 도맡았다. 1997년 잠시 4선발로 물러났지만 1998년 다시 자존심을 회복했고 애리조나로 옮겨 뛴 1999~2004년 한 해도 빠짐없이 개막전에 출격한 데 이어 양키스 이적 첫 해인 지난해도 토리 감독으로부터 중책을 받았다.
랜디 존슨이 데뷔 후 14번째이자 9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서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우선 로저 클레멘스(44)와 함께 갖고 있는 현역 투수 최다 개막 선발 등판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클레멘스는 지난해까지 22년을 뛰는 동안 14번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있던 1988~1994년 7년 연속 에이스로 출격했고 파업으로 시즌 개막이 늦어진 1995년 한 해를 거른 뒤 1996년 다시 보스턴에서 마지막 시즌 개막 선발을 맡았다.
1998년 토론토의 시즌 개막전에 등판한 클레멘스는 1999년 양키스 줄무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론 2003년까지 5년 연속 개막 선발을 도맡았다. 그러나 은퇴를 번복하고 휴스턴으로 옮긴 뒤엔 200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로이 오스월트-앤디 페티트에 이어 세 번째 경기를 맡아 통산 시즌 개막전 등판 14회를 기록 중이다. 현재로선 은퇴 또는 5월 1일 이후 휴스턴 복귀 가능성이 가장 높아 랜디 존슨에게 타이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존슨의 9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은 또 한 명의 현역 메이저리거와 타이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페드로 마르티네스(35.뉴욕 메츠)다.
LA 다저스와 몬트리올 시절 등 선수 생활 초반 주목받지 못했던 마르티네스는 보스턴 이적 첫 해이자 빅리그 데뷔 7년만인 1998년 처음으로 개막 선발의 영예를 안았다. 개막전 선발은 그 뒤로 계속 마르티네스가 머무는 자리였다. 2004년까지 7년 연속 보스턴의 시즌 개막전을 도맡았고 지난해 메츠로 와서도 어김없이 시즌 개막전에 출격했다.
마르티네스는 오른쪽 엄지 발가락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특수 신발을 신고 훈련 중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개막전 선발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메츠의 시즌 개막전은 4월 4일 홈구장 셰이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워싱턴 내셔널스전이다.
랜디 존슨과 로저 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 머지 않아 전설이 될 현역 메이저리거 3인방은 시즌 개막전 등판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달려가고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