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라이벌은 항상 첫 번째 대결팀과 첫 타자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본 기자의 집요한 '이치로가 라이벌인가'라는 질문에 한 수 높은 대답으로 응대했다.
박찬호는 28일 오후 도쿄돔 호텔에서 가진 한국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이 국가를 위해 기량을 발휘하고 국가별 야구 수준을 볼 수 있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라며 "내 라이벌은 일본이나 이치로가 아니라 상대하는 첫 팀과 첫 타자"라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 기자가 끈질기게 '박찬호 vs 이치로'의 라이벌 관계를 유도했으나 박찬호가 영리하게 답변, 일본 기자와의 입씨름서 승리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대표팀의 김인식 감독, 주장 이종범, 박찬호, 최희섭 등 4명의 답변 중 박찬호 관련 부분.
-WBC에 임하는 각오는
▲이번 대회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자기 국가를 위해 기량을 발휘하고 국가별로 수준을 볼 수 있는 좋은 대회이다. 나도 대표로 뛰어 영광이고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준비해 오고 노력한 것을 국가를 위해 발휘하고 좋은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컨디션은.
▲평소보다 시기적으로 빨리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년에는 지금부터 준비해서 3월초에 시범경기에 나서는 게 보통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훈련을 일찍 시작했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연습 경기 등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서 국가를 위해 이기겠다는 다짐으로 언제든 뛸 준비가 돼 있다.
-라이벌 일본팀에 대한 견해와 경계해야 할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일본 기자).
▲일본이 라이벌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과 같다. 그것은 한국을 굉장히 높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야구 역사가 50년이나 앞서고 훌륭한 전통과 기록도 갖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야구가 일본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같이 성장해 왔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라이벌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항상 첫 타자, 첫 팀이 라이벌이다.
-첫 타자, 첫 팀이 무슨 의미인가(일본 기자).
▲일본팀이 라이벌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상대할 첫 팀과 첫 타자가 라이벌이란 것이다.
-이치로가 아닌가(일본 기자 추가 질문).
▲이치로는 팀의 한 선수일 뿐이다.(박찬호는 더 생각해 보고 대답하겠다고 했으나 말미에 다시 질문이 나오자) 나와 이치로를 라이벌로 유도하려는 질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치로와는 친한 사이다. 경기도 많이 치러 서로 잘 알고 있다. 다시 만나면 반갑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서로 다른 팀에서 상대했고 이번에는 국가를 위해 대결하므로 더 의미가 있다. 이치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 타자다. 일본 야구 팬들과 국민들이 이치로를 볼 때마다 자긍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빅리그서 활약하면서 국가의 에이스, 팀의 에이스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 자리까지 왔다. 국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일본에는 또 다른 훌륭한 선수들이 있고 지난 몇 일간 확인했다. 더 배울 것도 많고 기대도 많이하고 있다. 일본이 라이벌로 한국을 견제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팀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 더 좋은 대회가 될 것이다. 이기고지고를 떠나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어느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하나. 대만전에 나오나(대만 기자).
▲투수 등판은 감독이 결정할 일이다. 우리 팀에는 투수 13명 중 좌완 2명, 언더핸드 2명. 우완 9명 등이 모두 경기에 출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방콕아시안게임 첫 게임서 대만전에 등판해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누렸고 우승하는 값진 경험과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대만 경기를 볼 기회가 없었다. 빅리그 선수도 몇 명 있고 대만 프로팀 최고 선수로 구성됐다고 본다. 최고 선수들이므로 모든 선수를 다 경계해야 한다.
-감독이 등판시켜 준다면 어느 경기에 나가고 싶은가(미국 기자).
▲어느 경기에 등판할지는 모르겠다. 모든 게임이 다 중요하고 이겨야 한다는 목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어느 경기에 얼마만큼 기회를 얻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감독님이 최고의 선택을 할 것이고 나는 국가를 위해 최선 다하겠다. 어느 팀이든 이기도록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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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