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에 차 있다. 밝게 웃으며 훈련 때도 항상 솔선수범한다. 투수진의 고참으로 '리더' 노릇을 하고 있다. 어떤 때는 대표팀의 '대변인' 구실도 해내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에서 맹훈련 중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최근 모습이다. 근년 들어 메이저릭그에서 부진한 성적에 그치면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것과는 전혀 대조적이다. 박찬호가 의외로(?) 장내장외에서 활발하게 행동하는 것에 관계자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다.
대회 뒷바라지에 한창인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은 "전에 언론을 통해 듣던 박찬호가 아니다. 아마 이번 대회를 통해서 분위기 쇄신을 하려는 것 같다"며 박찬호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워하고 있다. 어떤 관계자는 "결혼하면서 안정감이 생긴 것같다"며 작년 연말 결혼으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게 된 점이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곁들이기도 했다.
일단 박찬호의 가장 변화된 면은 언론과의 인터뷰다. 박찬호는 최근 수 년간 공식적인 인터뷰 외에는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 왔다. 오랜 부상에 따른 부진한 성적 탓에 별로 할 말이 없었고 마지 못해 인터뷰를 할 때도 밝게 웃으며 임한 적이 많지 않았다. 항상 '당당함'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처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국대표팀의 일본 후쿠오카 훈련장에서부터 박찬호는 확 달라진 선수가 됐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응하는 것은 물론 인터뷰를 피하는 김병현(27.콜로라도 로키스) 등 후배들을 직접 데리고 나와 인터뷰를 리드하고 있다. 인터뷰 때 말을 잘하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이제는 후배들의 부족한 면까지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25일 훈련 후 가진 해외파 5인의 합동 인터뷰 때도 박찬호는 스스로 '대변인'이 돼 인터뷰를 정리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이 천편일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자 박찬호가 나서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 등을 정리 발표한 것이다.
또 지난 달 28일 도쿄돔 호텔에서 가진 한국팀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박찬호는 일본기자의 집요한 질문 공세를 '유도심문하지 말라'며 노련하게 제압했다. 그리고 할 말이 많지 않았
후배 최희섭의 인터뷰 말미에는 부연 설명까지 친절하게 달아주는 등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리드했다.
3년간 박찬호를 옆에서 지켜보며 특파원 생활을 했던 기자도 깜짝 놀랄 만한 박찬호의 변신이었다. 박찬호가 부진한 시기에 주변에 있어야 했던 기자를 비롯한 특파원들은 예민해진 박찬호가 불편해 하지 않을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인터뷰를 가졌기 때문이다. 박찬호 스스로 '오늘은 할 말이 없습니다'며 인터뷰를 마친 기억도 꽤 됐던 기자에게는 이번 대회에서 6개월만에 다시 보게 된 박찬호는 '다른 선수'인 것이다.
박찬호의 변화된 모습은 비단 인터뷰 때만 보여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양대 3년 선배인 구대성(37.뉴욕 메츠)에 이어 13명 투수진 중 서열이 '넘버 2'인 박찬호는 '훈련장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드림팀'의 원조인 98 방콕 아시안게임때도 함께 대표생활을 했던 해외파 후배들은 "찬호 형이 근래보던 모습이 아니다.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후배들의 훈련을 독려하고 있다"며 박찬호의 달라진 면을 인정하고 있다.
박찬호의 이런 면은 스스로 밝혔듯 "이번이 국가대표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아프지 않고 맞는 2번째 시즌'이 되는 올해는 빅리그에서도 전성기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행보일 수 있다. 사람이 자신감이 없으면 위축돼 있듯 자신의 몸과 구위에 확신이 생기면 활력이 넘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첫 실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2이닝 무실점으로 비교적 무난한 투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35km에 머물렀지만 이날은 박찬호를 비롯한 해외파 투수들이 시차 피로와 '전력 감추기'로 인해 50% 정도의 컨디션만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100%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할 때는 다른 투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방콕 아시안게임 때처럼 일본을 격파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겠다는 박찬호의 다짐이 허투루 여겨지지 않고 있는 시점이다. 박찬호가 이번 대회는 물론 올 시즌 빅리그에서도 전성기 못지 않은 구위로 '국위 선양'에 앞장서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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