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A 포터킷 레드삭스가 있는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주의 작은 도시 포터킷은 김선우와 이상훈 조진호 송승준 등 보스턴에서 뛴 많은 한국 선수들이 거쳐가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지명이다.
지난 1981년 4월 19일 포터킷에선 포터킷 레드삭스와 로체스터 레드윙스의 트리플A 경기가 벌어졌다. 당시 로체스터에는 훗날 연속경기 출장 신기록을 세운 '철인' 칼 립켄 주니어가, 포터킷에엔 역시 훗날 메이저리그 명 3루수로 이름을 날린 웨이드 보그스가 뛰고 있었다.
양팀간의 이날 대결은 그러나 명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명탑 고장으로 30분이나 늦게 게임이 시작된 데다 두 팀 다 지독히도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하는 바람에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았다.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 4시까지 계속된 경기는 결국 32이닝, 경기 시작 8시간 7분만에 2-2 동점에서 서스펜디드(일시 정지)가 선언됐다. 초봄 새벽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은 불과 19명. 이 경기는 두 달 뒤 같은 장소에서 속개돼 18분만인 연장 33회말 끝내기 안타로 포터킷이 3-2로 승리했다.
당시 경기가 한없이 늘어지자 홈팀인 포터킷 구단 관계자들은 서스펜디드 게임의 결정권을 가진 리그 커미셔너를 백방으로 수소문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커미셔너가 파티에 참석하는 바람에 휴대폰도 없었던 당시로선 연락할 길이 막막했다. 결국 커미셔너가 파티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소식을 받고 나서아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33이닝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미국프 로야구 최장 이닝 신기록으로 25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끝까지 현장을 지켰던 한 노 기자는 몇 년 전 지역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 경기가 명승부였다고 법석을 떠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당시 현장에 없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다 언제 승부가 날지 몰라 생리현상을 참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무엇보다 경기가 너무나 재미없었다"고 회고했다.
한국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올 시즌 목표를 10년만의 관중 400만 명 돌파로 잡고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롯데가 100만 명을 목표로 내거는 등 지난해 300만 명을 회복한 여세를 몰아 프로야구의 중흥을 이루려고 8개 구단 모두 바삐 뛰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올 시즌 키워드를 '가족'으로 정하고 가족 관중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들을 내놓았다.
400만 관중 목표가 욕심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난해 상황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롯데와 LG 등 3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갖춘 전통적인 인기 팀들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등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6년만에 300만 관중을 모았다.
올해 축구 월드컵이 벌어지지만 8개 구단 모두 충실하게 전력을 보강하고 마케팅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어 관중 400만 명은 충분히 노려볼 만한 현실적인 목표다. 국내 프로야구 최정예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 역시 야구장으로 팬들을 끌어모으는 동력이 될 수 있다.
400만 관중 돌파의 핵심 열쇠는 역시 재미있는 야구다. 하품 날 만큼 지루하고 수준 떨어지는 경기를 한다면 25년 전 미국 프로야구 최장 시간 경기처럼 관중들은 외면하고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면 관중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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