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타자 이승엽(요미우리)과 마쓰나카(소프트뱅크)의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흥미를 더 해가고 있다.
타격보다는 마운드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은 양국 WBC 대표팀이지만 둘만은 예외다. 벌써부터 기대에 걸맞게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조국을 아시아 최강자리에 올려 놓기 위한 레이스에 들어갔다.
이승엽은 현재 한국팀 타자 중 가장 타격 컨디션이 좋다. 청백전 포함 대표팀이 4차례 가진 경기에서 매경기 안타를 날렸고 2월 27일 청백전과 3월 1일 롯데 마린스전 2경기 연속 홈런포도 가동했다.
2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 4타수 1안타부터 시작해 4경기에서 11타수 6안타(.545)에 7타점이나 올렸다. 이승엽은 좋은 타격감과 함께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포를 조기 가동시켜 “아직 타자들이 빠른 볼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김인식 감독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 1일 롯데 마린스전이 이승엽의 무게를 실감케 한 경기였다. 1회 초 박찬호가 상대에게 먼저 한 점을 내줬지만 1회 말 2사 후 이승엽이 동점 우월 홈런을 날려 경기 흐름을 바꿔 놓았다. 롯데 2년차 선발 투수 데지마는 마치 직선타구처럼 날아가 우측 스탠드에 꽂힌 이승엽의 홈런에 기가 질린 듯 페이스를 잃고 2회 3실점하고 말았다.
일본 역시 마운드에 비해 타선이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마쓰나카만은 4번 타자 몫을 해내고 있다. 1일까지 일본이 치른 4경기에서 12타수 5안타(.417)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아직 홈런은 없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것이 강점이다.
2월 24일 후쿠오카에서 일본 12개 구단 선발팀과 첫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사사구 2개에 그쳤고 다음 날에도 2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6회와 8회 희생플라이로 타점 2개를 추가했다.
2월 26일 롯데전 두 번째 타석에서 우익선상 2루타로 첫 안타를 날린 마쓰나카는 이날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1일 요미우리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을 올렸다.
이승엽과 마쓰나카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둘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승엽은 고작 2경기에만 선발 출장했고 대타로 나온 2경기 중 한 경기는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교체됐다. 9타수 1안타 1득점이 챔피언결정전 성적의 전부였다.
마쓰나카도 비슷했다. 5경기에 나섰지만 16타수 1안타 1타점에 머물렀다. 이승엽은 그나마 팀이 승리를 거뒀으니 다행이었지만 마쓰나카는 페넌트레이스 1위를 하고도 일본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형국이었다. 마쓰나카로서는 이번 WBC가 개인적으로 명예 회복을 이루어내야 하는 무대이기도 한 셈이다.
둘 모두 국제경기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를 두들겨 한국이 동메달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마쓰나카 역시 두 차례의 올림픽에서는 이름 값을 해냈다. 프로에 입단하기 전 출전한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33타수 11안타(.333) 5홈런 15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35타수 13안타(.353) 1홈런 2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과연 한일 양국 야구의 자존심을 건 두 타자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 이기는 쪽이 팀에 아시아라운드 1위라는 선물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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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나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