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구수 제한 규정'도 이겨냈다
OSEN 기자
발행 2006.03.03 16: 02

김인식 감독의 말이 맞았다.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면서 "투구수 제한이 우리와 상대 모두에게 적용되는 만큼 특별히 한국에 불리할 게 없다"고 누누히 강조해 왔다. 이제 한 판을 치렀을 뿐이지만 김 감독의 예상이 맞는 듯하다.
사실상 2라운드 진출 여부가 걸린 3일 대만과 첫 경기에서부터 한국은 투구수 제한 규정의 덕을 톡톡히 봤다. 대만 선발 투수로 등판한 린언위(25.성타이 코브라스)는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방어율왕에 오르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슈퍼루키' 답게 1회부터 한국 타선의 핵인 이승엽과 김동주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렸다.
린언위는 2회 최희섭에게 펜스 상단에 맞는 홈런성 2루타를 얻어맞긴 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3회까지 단 2안타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4회 투아웃을 잡고는 홍성흔에게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를 맞고 첫 점수를 내줬다.
선취점을 내긴 했지만 한국 타자들은 린언위의 꿈틀거리는 볼끝과 공격적인 투구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린화웨이 대만 감독은 홍성흔에게 2루타를 맞자마자 린언위를 강판했다. 린언위가 홍성흔에게 던진 마지막 공이 65개째로 이번 대회 1라운드 한계 투구수였기 때문이다.
대만이 왜 좀더 경험이 많은 좌완 린잉지에(라쿠텐) 대신 린언위를 선발로 냈는지는 곧 드러났다. 린잉지에의 구위는 속도나 볼끝, 변화구 모두 린언위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한국은 5회 린잉지에를 안타 2개로 공략하며 한 점을 더 뽑아냈고 이 점수는 그대로 굳히기 점수가 됐다.
가정이지만 린언위가 5회 이후까지 계속 던졌더라면 경기 흐름은 달라질 수 있었다. 일단 첫 판에서 한국은 투구수 제한 규정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선발뿐 아니라 불펜 투수들도 투구수 규정에 충실하게 맞춰갔다. 선발 서재응이 61개를 끝으로 물러난 뒤 등판한 김병현이 1⅔이닝 동안 29개를 던졌고 이어 6회 등판한 구대성은 16개를 던졌다. 박찬호는 7~8회를 내리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9회 2안타를 맞는 바람에 37개로 투구수가 다소 많았다.
이번 WBC는 1라운드 65개-2라운드 80개-3라운드 95개 이내의 투구수 제한 외에 50개 이상 투구시 4일 휴식, 30개 이상 투구시 이틀 연투 불가, 투구수에 상관없이 사흘 연속 등판 불가 등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 김병현과 구대성은 이날 대만전에서 투구수를 30개 이내로 조절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필요할 경우 4일 중국전에도 등판할 수 있게 됐다.
김병현과 구대성은 현재로선 물론 중국전이 아닌 5일 일본과 1라운드 최종전에 출격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효과적인 투구수 관리로 중국전과 일본전 모두 투수진 전체가 심리적인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가 대회 전부터 세심하게 구상하고 마운드에 선 투수들이 충실하게 이에 따라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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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이 29개를 던진 뒤 6회 도중 구대성에게 마운드를 넘기기 위해 강판하고 있다./도쿄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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