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야구 잘할 거예요. 생긴 걸 보세요. 아주 못되게 생겼잖아요”.
2004년 이승엽이 롯데 마린스 2군에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2군이 사용하는 우라와 구장에서 한 선수를 보자 이승엽이 이렇게 말했다. 못되게 생겼다는 것은 경상도 사나이인 이승엽이 사용한 ‘특수 용어’였다. 그만큼 근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이승엽은 그 선수를 불러서 전날 2군 숙소 귀가시간을 어기는 바람에 벌금을 내게 됐다며 놀려대기도 했다. 하지만 “볼을 맞히는 재주가 탁월하다. 수비도 좋고 주루플레이도 훌륭하다”며 “금방 1군에 올라가 우리 팀 주전을 꿰차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선수는 이승엽이 1군에 다시 복귀하던 날 함께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2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 둘은 WBC 아시아라운드에서 양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바로 일본 대표팀 2번 타자로 왕정치 감독이 내세우는 ‘스피드 야구’의 선봉에 서고 있는 니시오카다.
이번 대회에서 니시오카는 그야말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회 첫날인 지난 3일 중국전 2-2 동점이던 5회 결승 3점 홈런을 날려 일순간에 흐름을 바꿔 놓았다. 약체 중국을 맞아 의외로 고전하고 있던 일본은 이후 타선이 봇물처럼 터지며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이날 3루타까지 더해 3타수 2안타 5타점, 2득점을 올렸다.
4일 대만전에서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도루왕의 위력도 보여줬다. 1회 3루 도루에 성공하며 대만 배터리의 혼을 빼놓았고 4회에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날도 3타수 2안타 볼넷 2개,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일본의 구심점인 이치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니시오카의 이런 활약 덕에 일본은 중국, 대만전에서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콜드게임승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니시오카의 이런 활약 못지 않게 이승엽 역시 4일 중국전에서 홈런 2발 포함 4타수 4안타 5타점으로 한국타선을 이끌었다. 김동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메이저리거 최희섭이 8타수 3안타를 날리고는 있지만 생각만큼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승엽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2년 전 함께 2군밥을 먹었던 둘이 5일 도쿄돔에서 만난다. 이번엔 그들의 어깨에 조국의 명예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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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도쿄돔 훈련 도중 니시오카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승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