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발 징크스', 한국전에도 이어질까
OSEN 기자
발행 2006.03.05 11: 42

일본의 ‘선발 징크스’는 5일에도 이어질까.
WBC 아시아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일본 대표팀은 최강의 마운드로 평가됐다. 왕정치 감독도 “중심 타선의 폭발력이 문제”라는 말은 했지만 마운드에 대해서 만큼은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선발 투수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투구다. 중국 대만전 모두 콜드게임으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초반 왕정치 감독은 덕아웃에 앉아 속을 끓여야 했다.
우선 대회 첫 날인 중국전에 선발로 나왔던 우에하라. 요미우리가 자랑하는 에이스라는 표현을 무색케 했다. 1회부터 2사 1,2루로 몰리더니 2-0으로 앞서던 4회에는 어이없이 동점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장훙보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한 다음 왕웨이에게 우월 2점 홈런을 맞았다. 더구나 이 홈런이 대회 첫 홈런이었다. 우에하라가 사상 최초의 프로야구 월드컵인 WBC 창설 대회 첫 피홈런의 주인공이 되는 불명예를 안은 것.
5회에도 3안타를 더 허용,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장위펑의 유격수 앞 병살타로 겨우 한숨을 돌리기도 했으나 이날 우에하라는 5이닝 동안 무려 8개의 안타를 맞았다. 2실점으로 막은 게 오히려 다행으로 보일 정도였다.
경기 후 왕정치 감독은 ‘초반 우에하라가 흔들릴 때 투수코치를 내보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고 “프로선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우에하라 자신도 “3,4회는 직구만 던졌지만 홈런을 맞은 다음에는 속으로 울고 싶었다”고 술회할 만큼 부진한 투구내용이었다.
대만과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한 마쓰자카 역시 ‘괴물’이라는 이름 값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반부터 제구력이 흔들려 1회부터 몸에 맞는 볼과 볼넷을 연속 허용, 1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2회에도 선두 장타이산과 세자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겨우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위기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던 순간, 2사 1,3루에서 청장밍을 상대하면서 어이없는 상황도 연출했다. 초구를 던진다고 오른 팔을 들어올리다가 볼을 뒤로 빠트리고 만 것이었다. 황당한 보크로 거저 한 점을 내줘야 했다. 마쓰자카는 4회에도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4회 2사 후 예중창과 상대하는 도중 제한투구수인 65개를 넘었고 5회부터는 고바야시와 교체됐다. 4이닝 동안 한 점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를 허용하고 보크를 범했다.
마쓰자카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오늘 같은 보크는 야구를 시작한 후 처음”이라며 “대만전 등판 경험이 많아 부담 없이 경기에 임했지만 투구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정치 감독 역시 “오늘의 경기내용은 내가 아는 마쓰자카가 아니었다”고 낮은 점수를 매겼다.
우에하라나 마쓰자카 모두 자국리그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상대타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존재들이다. 더구나 이번 WBC에 대비해 지난 해 12월부터 쉬지도 않고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 내용을 준비 부족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투수수 제한도 마찬가지다. 물론 둘 모두 이를 의식, 가능한 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자 하는 욕심에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 내기에는 부족하다.
우에하라 마쓰자카 두 선발투수가 기대이하였음에도 일본이 대승을 거뒀던 것은 중국이나 대만 마운드가 일본 타선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파 선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 마운드는 다르다. 일본 타선을 막아낼 만한 높이를 갖고 있다.
만약 한국전에 선발로 등판하는 와타나베도 두 투수의 전철을 밟는다면 양상은 일본이 치렀던 앞서 두 경기와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초반 타선이 2~3점이라도 뽑게 되면 충분히 이를 지켜낼 만한 마운드를 갖고 있다. 한국이 일본전에 기대를 걸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