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 아파요?”.
5일 WBC 아시아라운드 일본전을 위해 도쿄돔에 나온 이종범이 물었다. 이날 일본전 선발투수로 나온 와타나베와 관련한 질문이었다.
‘볼스피드가 별로 없으니 그렇게 아프지는 않겠지만 맞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렇죠. (맞는 것도)쉽지는 않겠죠”라고 대답했다.
1회 이종범이 1루 땅볼로 물러났을 때만 해도 경기 전 한 말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3회 2사 1,2루 두 번째 타석에서 이종범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홈플레이트 쪽에 바짝 붙어서 와타나베의 볼을 기다리던 이종범은 초구가 몸쪽으로 붙어 오자피하지 않고 넓적다리 쪽에 맞았다.
이종범의 몸에 맞는 볼은 5회 3번째 타석에서도 나왔다.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하고 이어진 2사 3루에서 와타나베와 맞선 이종범은 다시 홈플레이트 쪽으로 다가섰다. 끈질기게 볼을 보면서 볼카운트를 2-3으로 몰고 갔다. 하는 수 없이 와타나베는 몸쪽으로 다시 승부를 걸었지만 이번에도 피하지 않고 몸에 맞았다.
2사 1,3루에 이승엽 타석이 되자 일본 벤치는 하는 수 없이 와타나베를 내리고 좌완 후지타를 마운드에 올렸다. 당시 와타나베의 투구수가 60개로 투구수 제한(65개)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몸에 맞는 볼로 흔들리게 된 것도 교체 이유였다.
사실 이종범은 몸에 맞는 볼과 관련해 뼈아픈 기억이 있다. 1998년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 진출했던 첫 해 한신 타이거스와 경기 중 상대 투수 가와지리가 던진 볼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일본 프로생활을 조기에 끝내야 했다.
이 정도면 몸에 맞는 볼에 공포감을 느낄 만도 하지만 한국야구의 명예를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인 셈이다.
5회 한국 공격에서는 이종범 외에 조인성이 똑같이 홈플레이트 쪽에 다가서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무사 1루에서 조인성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로 기회가 이어졌고 1사 후 이병규의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WBC 아시아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일본 왕정치 감독이 한국에 대해 “파이팅 스피리트를 가진 팀”이라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대표팀 최고참 타자 이종범이 온 몸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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