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결승포' 이승엽, "미국서도 일본 꺾겠다"
OSEN 기자
발행 2006.03.05 21: 24

역시 이승엽이었다. 부진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제 몫을 다 하는 선수. 국민타자, 아시아의 대포라는 칭호가 전혀 부끄럽지 않은 한 방이었다.
한일 양국야구가 자존심을 걸고 한 판 승부를 펼친 5일 WBC 아시아라운드 최종일 경기에서 이승엽은 8회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으로 한국이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도록 했다.
1-2로 뒤진 한국이 8회 초 공격에 들어가자 일본 왕정치 감독은 7회까지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던 스기우치 대신 마무리 이시이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대로 경기를 굳히자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1사 후 이종범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다음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왕정치 감독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볼카운트 1-2에서 바깥쪽으로 들어온 직구 유인구를 침착하게 골라낸 이승엽은 이시이가 5구째 슬라이더로 승부를 걸어오자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제구가 덜 된 듯 미쳐 흘러나가지 못한 볼은 이승엽의 배트에 걸린 다음 큼직한 아치를 그리며 도쿄돔 우측 펜스를 넘어갔다.
3-2로 역전. “앞으로 일본에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주겠다”던 일본 선수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시원한 한 방이었다. 전날 중국전 2홈런에 이어 2연속경기 홈런이자 이 대회 3호째 홈런이었다. 홈런 3개를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앞서 이승엽은 한국이 잡은 두 번의 공격기회를 번번이 놓쳐 응원을 보내던 한국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0-2로 뒤지던 3회 2사 만루에서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한국이 한 점을 추격, 1-2를 만든 5회 2사 1,3루에서는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정말 한 방이 필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렸고 이 한방은 그대로 한국팀 승리로 이어졌다.
이승엽은 경기 후 가진 히어로 인터뷰에서 “앞선 두 타석에서 기회를 놓쳐 지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해 집중한 덕분에 좋은 타구가 나왔다”며 “미국에서도 일본을 꺾어야 4강에 올라간다. 팀이 4강에 오르면 병역혜택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꼭 후배들에게 이 선물을 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을 통한 일문일답.
-홈런상황을 설명해 달라.
▲세게 치지는 않았지만 타이밍이 잘 맞았다. 세게 쳤으면 파울이 됐을 것이다. 투수의 실투였다. 높게 들어왔다. 가볍게 쳐서 홈런이 됐다.
-홈런 친 구질은 슬라이더로 보였다.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나.
▲일본에서 2년간 생활했기 때문에 일본 투수들의 볼 배합을 알고 있다. 4구째 바깥쪽 직구가 볼이 됐기 때문에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 1-3에서 변화구로 승부할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기간 동안 감기로 고생한 것으로 아는데.
▲대만전을 앞두고 증상이 심했다. 이 때문에 수비훈련도 못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가볍게 스윙을 할 수 있었고 이것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오늘은 경기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이치로가 대회전 '30년 발언'을 했는데 한국선수들이 영향을 받지는 않았나.
▲그렇지 않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훌륭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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