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최강 미국이 무너졌다. 그것도 1라운드 통과조차 불확실하다던 캐나다에게 덜미를 잡혔다. 미국을 무너뜨린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메이저리그의 힘'이다.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체이스필드에서 펼쳐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미국-캐나다전에서 미국은 캐나다의 무명 외야수 애덤 스턴(25)에게 장내 홈런 등 3안타 4타점의 뭇매를 맞으며 6-8로 패했다. 스턴은 1회 3루타, 3회 2타점 중전 안타를 때려 미국 선발 돈트렐 윌리스와 알 라이터를 차례로 무너뜨린 데 이어 5회엔 장내 홈런까지 때려내며 누구도 예상 못한 캐나다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2004년 신인왕 제이슨 베이(피츠버그)가 2안타 2득점, 저스틴 모너(미네소타)가 2루타 두 개 포함 3안타를 터뜨리는 등 이름난 메이저리거들도 앞장을 섰지만 캐나다 승리의 수훈갑은 3안타 4타점을 몰아친 스턴이다. 스턴은 앞서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7-8로 패색이 짙던 9회 극적인 동점 2루타를 때린 뒤 홈을 밟아 역전 결승 득점을 올렸다. 에릭 가니에(LA 다저스) 래리 워커(은퇴) 라이언 뎀스터(시카고 컵스)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결장으로 위기에 몰린 캐나다를 구해냈다.
우투좌타의 외야수 스턴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1998년 드래프트에서 토론토에 22라운드, 전체 651순위로 지명됐지만 사인을 거부하고 네브라스카 주립대에 진학, 2001년 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105순위)에 애틀랜타에 지명을 받고 프로에 발을 내딛었다.
스턴은 2004년 더블A 서던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발이 빠르고 방망이가 정확하면서도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중거리 타자라는 평을 들었지만 유망주 '레이더' 상에선 희미한 존재였다.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하는 유망주 순위 100위권 안에 한번도 들지 못했고 애틀랜타 입단 3년이 지나면서 2004년 11월엔 급기야 룰5드래프트 대상에 오르기에 이르렀다.
룰5 드래프트는 프로 입단 3~4년차 이상(입단 당시 나이에 따라 다름) 선수들이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경우 거쳐가는 과정이다. 선수 자원이 풍부한 특정 구단이 쓰지도 않을 선수들을 독점하는 폐해를 막고 선수들에겐 기회를 주기 위한 메이저리그만의 장치다.
룰5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지명한 팀은 그 이듬해 한 시즌 내내 해당 선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룰5 드래프트의 핵심이다. 보스턴 유니폼을 갈아입은 스턴이 지난해 트리플A 포터킷을 거쳐 7월초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조항의 힘이었다.
스턴의 빅리그 데뷔 첫 시즌은 썩 인상적이지 못했다. 36경기에 대수비나 대주자로 출장했지만 15타수 2안타(타율 .133)에 2타점 4득점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1할 타자가 몸값이 1억 5000만 달러가 넘는 초호화 군단 미국을 격침시킨 건 야구 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입증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스턴 같은 선수가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메이저리그의 시스템, 뿌리 깊고 튼튼한 팜 시스템의 힘이 만들어낸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미국을 무너뜨린 건 정말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의 힘, 메이저리그의 무한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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