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처럼 맨발로 뛰어라’.
WBC 아시아라운드 일본-대만전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5일자 일본 스포츠신문에는 일제히 같은 사진이 실렸다. 조명이 꺼져 어두컴컴한 도쿄돔에서 이치로가 달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는 아예 이 사진을 1면 전면에 대문짝 만하게 깔았다.
이치로의 달리는 사진에는 스파이크가 보이지 않았다. 이치로는 양말만 신은 채 도쿄돔 외야를 달렸다. 이날 일본의 신문들은 부진한 이치로가 반성과 각오를 담아 달렸다는 식의 보도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은 ‘건강을 위한’ 달리기였다.
이치로는 아시아라운드에 대비, 일본 대표팀이 후쿠오카에서 합숙훈련을 할 때도 야후돔 외야를 양말만 신은 채 달린 적이 있다.
스파이크를 벗은 상태에서 인조잔디 구장을 달리면 발바닥의 족저근막을 풀어줄 수가 있다. 족저근막은 발 뒤꿈치와 발가락을 연결하는 단단한 막으로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운동선수들이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족저근막염에 걸릴 수 있다.
이치로와 같이 맨발로 달리는 것은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고 탄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야구선수에게는 또 다른 면에서 중요하다. 바로 족저근막이 딱딱해지면 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은 1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경기 후 이치로식 ‘맨발 러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시라사카 트레이닝 코치의 주도로 이 같은 러닝을 할 계획이라는 것.
시라사카 트레이닝 코치는 지난해까지 롯데 마린스에서 일하다 요미우리로 옮겼다. 최근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리그 우승에서 멀어졌던 요미우리가 공을 들여 스카우트했다. 롯데는 지난해 부상선수 한 명 없이 한 시즌을 보내며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고 이런 바탕을 시라사카 트레이닝 코치가 마련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시라사카 코치 역시 롯데 시절부터 맨발 달리기를 이용했다. 선수들이 피곤해 보이면 반드시 맨발 달리기를 시켰다. 최근 내야수 고쿠보가 왼쪽 장딴지, 조 딜론이 오른쪽 허리에 이상을 보이고 있어 시라사카 코치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었던 듯 맨발 달리기를 요미우리에서도 실시하기로 했다.
올 시즌에는 도쿄돔을 맨발로 달리는 이승엽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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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1라운드 기간 중 도쿄돔에서 맨발로 달리기를 한 이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