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계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부천에서 프로구단을 운영해 왔던 SK는 관중 몰이에 실패하는 등 축구계와 팬들의 사랑을 받던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달 전격적으로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제주 유나이티드 FC를 탄생시킨 이후 악재가 계속 터지면서 축구계와 팬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발단은 물론 SK의 제주 연고 이전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관중 동원 꼴찌라는 오명을 계속 써왔던 SK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용역조사 결과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하게 됐다는 보도자료와 함께 팬들도 모르게 그야말로 깜짝스럽게 연고지를 이전했다. 감독과 선수들도 해외 전지훈련 중 소식을 접했을 정도로 물밑에서 진행된 결과였다.
하루 아침에 팀을 잃어버린 부천 팬들의 비난은 너무나 당연했고 결국 이 사태는 지난 1일 한국과 앙골라의 대표팀 A매치 평가전에서 붉은 악마가 '검은 악마'로 변신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이날 붉은 악마의 응원 행태에 대해 다른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붉은 악마 집행부가 이에 대해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SK의 연고지 이전 비난을 희석시킬 수는 없었다.
여기에 독일 월드컵을 브랜드 인지도 증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SK 텔레콤의 응원기획이 또 다시 축구팬들의 비난을 사면서 SK가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SK 텔레콤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를 후원해 길거리 응원문화를 주도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한껏 높였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가 독일 월드컵이 다가오자 다시 축구에 열성을 보이고 있어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0일 서울시로부터 시청앞 광장 및 청계천 일대의 월드컵 응원행사 주최권을 따낸 SKT 컨소시엄이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3년간 30억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당초 월드컵 응원 주최자를 선정하면서 서울시 행사에 대한 기여도를 100점 만점 중 20점을 반영했고 붉은 악마-현대자동차-MBC 컨소시엄은 향후 서울시 행사 후원 금액을 제시하지 않아 탈락한 모양새가 됐던 것. 결국 뒷돈 거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병두 국회의원은 "서울시 행사와의 연계방안 등 월드컵과 상관없는 요소를 기준으로 주최자를 선정한 것은 부당하다. 이는 마치 학교회에서 운동회를 할 때 부자집 애들이 응원단장에 지원할 수 있고 학급 미화에 가장 많은 돈을 내겠다는 학생을 응원단장으로 결정하는 것과 같은 유치한 짓"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서울시가 응원의 주최자 선정이나 후원금 모집과 같은 월권행위를 중단하고 시청앞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SK 텔레콤의 응원 마케팅은 독일 교민사회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인 재독대한체육회는 지난 9일 SK 텔레콤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통해 "SK 텔레콤이 추진하는 독일 현지 장외응원단 발대식은 지방 한인회와 재독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중앙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비밀리에 추진됐다"며 "그 결과 교민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 축구에서 돈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돈에 따라 선수가 이적하기도 하고 돈 때문에 선수를 이적시키기도 하지만 돈 하나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SK가 최근 지탄을 받고 있는 이면에는 축구를 문화로 생각하기 보다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가 어떻게 축구팬들의 성난 감정을 누그러뜨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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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한국-앙골라전 때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걸린 SK를 비난하는 플래카드.